중소기업청이 1000개의 녹색기술 벤처기업을 키우겠다는 내용의 ‘제2기 벤처기업 육성대책’을 발표했다. 지난달 이명박 대통령은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청년 실업을 해소하고 기업가 정신을 되살리기 위해 제2의 벤처 붐을 일으켜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일주일 만에 나온 종합선물세트인 만큼 획기적인 내용을 기대하기는 무리다. 2004년 ‘벤처 활성화 대책’과 비교하면 지원 규모가 커졌을 뿐 흡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모태펀드 조성, 인수합병(M&A) 활성화, 패자부활전 도입 등은 판박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벤처를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재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적지 않은 소득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벤처기업은 2만 개에 육박하고 있다. NHN은 매출액이 1조원을 넘었고 매출액 1000억원 이상의 벤처만 202개에 달한다. 엔씨소프트와 서울반도체는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었다. 김대중 정부 때 시작한 ‘벤처 1기 정책’이 나름대로 성과를 거둔 셈이다. 그러나 벤처 거품이 낳은 후유증 또한 컸다. 정부 지원금을 노린 ‘무늬만 벤처’들이 쏟아져 나왔다. 대부분 기술개발을 외면한 채 도덕적 해이에 빠져 머니 게임만 일삼다 흔적도 없이 증발됐다. 1세대 간판 벤처 경영자의 상당수가 분식회계나 횡령, 주가조작 등으로 사법처리된 대목도 아픈 상처다.
이미 벤처기업은 우리 경제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대기업의 고용 흡수 능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만큼 일자리 창출과 청년 실업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벤처기업은 새로운 대안이다. 기술과 아이디어,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벤처기업의 분발 없이는 또 한번 한국 경제의 도약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정부의 과잉지원이 부를 부작용은 경계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규제완화를 통해 벤처 생태계가 창업-성장-재생의 선순환을 할 수 있도록 척박한 토양을 바꾸는 데 머물러야 할 것이다. 나머지는 시장과 민간부문에 맡겨야 한다. 과거 정책적 과보호를 받은 1세대 벤처들은 거의 실패했다. 이에 비해 성공신화를 낳은 벤처의 대부분은 정부의 지원 없이 자력으로 역경을 뚫고 일어섰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