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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옛날 운동화 패션 아이콘으로 부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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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글=강승민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원조’를 재해석하다, 클래식의 매력

운동화 디자인의 원조 경쟁은 스포츠 브랜드들의 ‘창립 기념’ 이벤트가 계기가 됐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당시 선보였던 인기 모델을 ‘복원’하거나 ‘재해석’해서 현대판 디자인을 새로 출시하는 일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브랜드의 영리한 상술이긴 하지만 소비자의 반응도 좋다. 운동화 매니어인 이지훈(25·대학생)씨는 “오래 전 출시된 운동화는 ‘클래식’한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각종 온라인 사이트에서 정보를 입수해 클래식 운동화를 사 모은다. 온라인 사이트 동호회에 수시로 들러 정보를 확인·교환하는 게 습관이자 취미다. 고등학생 때 처음 운동화 수집을 시작해 현재 70여 켤레의 운동화를 갖고 있다. 이씨는 “내가 태어나기 전에 출시된 운동화도 있는데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고 오히려 멋지다”며 “그때 그 디자인의 운동화든, 그것을 기본으로 새롭게 디자인된 것이든 나름의 매력이 있어 함께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처럼, 요즘의 젊은 세대는 수십 년 전 디자인의 운동화를 촌스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첨단의 유행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아이돌그룹 빅뱅, 2NE1이 무대에 자주 신고 등장한 목 높은 농구화(하이 톱 운동화)는 ‘젊은 스타들의 아이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턱시도를 입고 한껏 멋을 부린 남자 배우들의 운동화 차림도 이런 유행을 뒷받침했다. 트렌드세터들이 정장 바지에 곧잘 신고 나오는 운동화는 컨버스다. 이 운동화의 디자인은 1908년 처음 나온 것과 현재의 모습이 별로 다르지 않다. 물론 100년 전 컨버스는 패션이 아니라 운동화의 기능에 초점이 맞춰 개발됐다. ‘최초의 농구화’로 알려진 컨버스는 농구 선수들의 발목을 보호하기 위해 당시로선 획기적으로 목이 높게 디자인됐다. 이랬던 컨버스의 디자인은 지금까지도 원형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 존 바바토스 같은 당대의 유명 패션 브랜드와 손잡고 겉옷만 살짝살짝 갈아입으면서.


푸마 이어 리복도 20년 전 ‘펌프’ 선보여

지난달 말 리복은 브랜드 설립 60주년을 맞아 브랜드의 최고 인기 모델이었던 ‘펌프’를 재해석해 내놨다. 89년 첫 출시 때 펌프는 발등 위쪽에 공기 주입 펌프를 달아 운동시 발바닥에 충격을 줄여주는 기술을 적용해 관심을 모았다. 빠르게 뛰었다가 갑자기 정지하고, 의자를 타 넘어도 부드럽게 착지하는 모습을 담은 배우 이종원의 ‘의자 넘기’ 광고는 당시 큰 화제였다. 얼마 전 MBC 예능 프로그램 ‘세바퀴’에 출연한 이종원은 20년 전 광고 장면을 재현하면서 7080세대의 향수를 자극했다.

리복이 이번에 출시한 펌프는 전 세계 20개국의 유명 신발 전문 매장에서 각각 독특하게 디자인됐다. 기능과 디자인 골격은 그대로 두고, 패션 아이템으로서 겉모습만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셈이다. 20년 전 펌프 개발에 참여했고 여전히 리복에서 운동화의 기능을 연구하는 신제품 개발자 폴 리치필드는 e-메일 인터뷰를 통해 “20년 전 디자인이 아직도 ‘멋지다’는 소리를 듣는다고 생각하니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더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브랜드 입장에선 고객의 향수를 자극해 판매에 도움을 주는 동시에 신제품 개발의 원천이 되는 게 ‘원조 운동화’란 설명이다.

수십 년 전 디자인을 원조로 해 새 운동화로 탈바꿈시키는 것은 최근 두드러진 트렌드다. 지난해에 60주년을 맞은 푸마는 40년대부터 90년대까지 브랜드를 대표했던 운동화를 기본으로 한 한정판 모델들을 출시했었다. 78년 처음 소개된 ‘이지라이더’는 원조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색상·소재만을 달리해 계속 출시되고 있다. 아디다스가 브랜드 설립 60주년을 기념해 지난해에 선보인 모델도 기능과 기본 디자인에선 원조와 다를 게 없다. 특유의 세줄 무늬에 반짝이는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을 넣어 스타일만 변화시켰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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