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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2000] '괴물'은 살아있는 화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지구상의 수많은 민족이나 원주민 사이에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설 가운데는 공통적인 것이 하나 등장한다.

그것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서운 '괴물' 에 관한 얘기다. 히말라야 고산지방에서는 설인(雪人)과 그 발자국을 보았다는 목격담이 심심찮게 나왔다.

아마존강 부근에선 '마핀구아리' 라는 괴물이 유명하다. 온몸이 붉은 털로 뒤덮인 나무늘보 비슷한 모습을 하고, 총알도 퉁겨내는 튼튼한 피부를 가졌다고 한다.

비록 조작됐을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지만 '네시' 는 중생대에 물에서 살던 공룡 '플레시오사우루스' 일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전설 속의 괴물이 실제로 생존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는 경우도 가끔 있다. 깊이 1천m 이하의 심해에 살고 몸길이가 10m 이상인 거대 오징어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잡힌 적이 있다.

1938년에 동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섬 부근에서는 지금부터 약 3억년 전인 고생대에 주로 살았고 8천만년 전에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실러캔스' 라는 희귀한 물고기가 잡혔다.

이 물고기는 동물 진화과정을 설명하는 중요한 단서로서 물고기와 육상동물의 중간적인 모습이다. 동물은 아니지만 94년 호주에서는 수천만년 전에 멸종한 것으로 알려진 '주라기 소나무' 가 발견됐다.

미국과 러시아의 과학자들은 오랜 세월동안 고립된 채로 보존돼온 남극의 두터운 얼음층 아래에서 특이한 생물을 발견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괴물은 희귀한 자연현상에 인간의 '착시현상' 이 얽혀 탄생한 상상의 산물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런 '괴물' 중 일부는 오랜 지구의 역사를 온몸으로 말해주는 '살아있는 화석' 이 된다.

때문에 숱한 생물의 종(種)들이 대량 멸종하고 있는 요즘 우리는 이들로부터 어떤 소중한 교훈을 얻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아울러 '잃어버린 세계' 를 찾는 작업은 목성의 위성 유로파나 화성 등에서 외계 생명체의 존재여부를 밝히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최성우 <과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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