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도 잘해요"…스스로 공부하는 습관 가르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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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산에 위치한 영남대학교에서 자기주도학습지도사 1기 과정을 수료한 최선정(30·여)씨는 최근 서울로 이사왔다.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많은 최씨는 낯선 곳에서 취업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지도사 과정을 수료한 덕분에 곧 서울교육대학·한양대·경기대 평생교육원 등에서 겨울방학 자기주도학습교실 캠프교사로 활동할 수 있게 됐다. 최씨는 "지방대학에서 교육과정을 공부했지만 전국 16개 대학과 동일한 교육과정으로 공부한 덕에 서울로 올라와 교사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교육계의 관심은 단연 ‘자기주도학습’이다. 과중한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아이들 스스로 공부하는 ‘자기주도학습지도사’에 대해 주목하고 있는 것.

과거 학생들 대부분은 학교 수업이나 학원, 과외 등을 통해 수동적으로 배우는 것에만 익숙했다. 자기 스스로 하는 공부 습관이 안 잡히고 시간 확보도 쉽지 않기 때문에 막연히 성적향상을 위해 사교육에 의지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 하는 공부에는 대부분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가운데 올바른 자녀교육의 대안으로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들이 되도록 자기주도학습능력을 길러주는 자기주도학습지도사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고학력 주부와 교육 관련 종사자들, 일반인들 사이에 일선대학의 평생교육원에 개설된 자기주도학습지도사 교육과정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초등학교 6학년 딸과 4학년 아들을 둔 주부 박진숙(42·서울 이촌동)씨는 서울교육대학교에서 자기주도학습지도사 교육과정 1기를 수료했다. 이를 통해 자기주도학습지도사 2급 자격증을 땄다. 박씨는 자녀 교육에 있어 자기주도학습의 중요성을 알리고 동시에 일선초등학교의 방과 후 교사로 활동을 생각 중이다.

그는 "이전부터 아이들 스스로 공부해 미래를 결정지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면서 "과정을 수료하고 배운 것을 자녀지도에 활용해 좀 더 나은 가정 교육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실제 박씨는 자녀들이 혼자서도 공부하는 습관을 기르도록 자기주도학습 교육과정에 따라 가르쳤다. 그는 "아이들이 힘겨워 하던 공부습관이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고 했다. 이전에는 사교육 도움을 받아 상위권이었던 아이들이 사교육을 받지 않고도 혼자서 공부하는데도 성적이 유지된다는 게 박씨의 설명이다. 그는 "배운 것을 내 아이에게 적용하는 것이 우선일거 같아 기왕이면 팔을 걷어붙이고 아이들과 씨름한 결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자기주도학습지도사 과정은 한양대·인하대·경기대·안양대 등을 비롯한 수도권 대학들과 충남대·전남대·영남대·동아대·제주대 등에 개설돼 있다. 현재 6기를 모집 중이다. 5기까지 수강한 인원이 800여명에 이를 정도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직교사 및 사교육 등 교육관련 종사자와 고학력주부, 미취업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수강하고 있다.

충남대학교 평생교육원 장명식 행정실장은 “전국 16개 대학과 고양YWCA에서 이루어지는 자기주도학습지도사 교육은 입학사정관제 전형의 중요한 평가 요소인 자기주도학습능력을 학생들에게 향상시켜줄 인재를 양성한다"면서 "나아가 사교육의 폐해를 줄일 수 있는 바탕을 형성하는 등 자기주도학습지도사의 역할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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