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탈리아 '볼로냐 어린이 도서전'… 첫날부터 북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4면

[볼로냐〓신용호 기자]이탈리아 아펜니노산맥 기슭에 자리한 볼로냐. 중세 이래 유럽 학문과 예술의 중심지로, 세계 최고(最古)의 대학인 볼로냐대학이 자리한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올해는 '2000년 유럽 문화의 도시' 로 선정될 만큼 문화를 도시의 상징으로 표방하는 곳이다.

지난 29일 개막돼 4월1일까지 열리는 '2000 볼로냐 어린이 도서전' 은 이 도시가 자랑하는 대표적인 문화행사. 올해로 37회를 맞은 세계 최대의 어린이 책 잔치다.

81개국 1천4백45개의 출판사들이 참여해 명실공히 세계 아동도서의 흐름을 좌우하는 비즈니스 행사로 자리를 굳혔다.

참여 출판사도 지난해보다 1백여 곳이 늘어나는 등 점차 규모도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국내 출판 관계자 1백여 명이 참가자 자격으로 방문, 국내 출판계의 관심을 반영했다. 지난해에 비해 30%이상 늘어난 숫자다.

최근 국내 출판계에서는 '뜨는 볼로냐 지는 프랑크푸르트' 란 말이 나올 정도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50년 전통을 가진 세계 최대의 책 잔치. 그러나 최근 인터넷을 통한 도서 정보수집이 원활해지면서 관심도가 주춤하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문학과지성사.김영사.문학동네 등 대표적인 단행본 출판사들이 어린이 도서시장에 합류한 데 이어 푸른숲.생각의나무 등도 출간 준비에 들어가는 등 어린이 도서의 주가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어린이 책은 시각적인 효과가 중요해 출판 관계자들이 앞다퉈 책 구경을 하러 나서고 있다.

김영사 김영범 상무는 "3~4년 전만 해도 어린이 책은 전집류나 디즈니 만화가 전부를 차지하다시피 했지만 최근에는 어린이 단행본의 중요성을 인식해 각 출판사들이 다양한 아이템을 들고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며 "책은 어릴 때부터 익숙해져야 한다는 점을 절감하기 시작했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볼로냐 외곽 2만2천여 ㎡의 널찍한 평지에 국가별로 10여 개의 전시장이 마련된 이번 도서전은 전시 부스마다 출간할 책을 골라 저작권 계약을 하려는 각국 출판인들로 첫날부터 북새통을 이뤘다.

세계 출판시장의 큰 손들이 몰려 있는 영.미 전시관에서 두각을 나타낸 곳은 스콜라스틱.돌링 킨더슬리.하이페리온 등이다.

스콜라틱스는 국내에선 빤스맨으로 널리 알려진 '캡틴 언더 팬츠' 캐릭터와 코믹하게 만든 로봇 캐릭터로 시선을 모았고 디즈니사가 설립한 하이페리온 출판사 역시 영화 '토이스토리' '인어공주' 의 주인공들을 앞세워 전시장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또 영국의 옥스포드 출판사는 과학 교양서인 '하우 투' 시리즈와 동물.과학 그림책 등 수준급 어린이 교양서로 참가자들의 발을 멈추게 했다.

국내 출판사로는 재미마주가 한국 책 소개와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유일하게 부스를 마련했다.

지난해 이 도서전에서 일본에 판권을 파는 성과를 거두었던 재미마주는 이번엔 한국적 색채가 담긴 신간 그림책 '재미네골'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 을 내세우고 있다.

전체적으로 이번 도서전에는 순수 그림책들이 강세를 보인 반면 디지털 혁명과 맞물려 상승세를 타던 멀티미디어 아동 도서는 잠시 주춤하는 분위기. 멀티미디어 도서 전용전시관인 '소프트웨어 아케이드' 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이탈리아 등 10여 개 관계사들만 부스를 내 명성에 비해 규모가 초라했다.

영국 마샬 미디어의 레네 콜레츠씨는 "비록 올해 볼로냐 전시장의 멀티미디어 아동 도서들이 많은 것을 보여주진 못하고 있지만 어린이 서적의 제작방향도 대세는 비디오.CD롬 타이틀인 만큼 점차 활기를 띠게 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볼로냐 도서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행사 중 하나가 세계 아동 그림 작가들의 등용문이라 할 수 있는 '2000년 일러스트레이터 전시회' . 1천9백35명의 작가들이 9천여 점의 작품을 내놓았는데 심사를 거쳐 그 중 1백64명을 선발해 주요 작품을 전시했다.

기발한 발상과 완성도가 높아 어린이는 물론 성인들에게도 가장 인기가 높았다.

이 전시회는 올해부터 오는 6월 미국 노스웨스트대 도서관을 포함, 일본.타이페이 등으로 자리를 옮기며 계속될 예정이다.

도서전 주최측이 어린이 책 중 가장 뛰어난 작품을 8개 분야별로 선정해 수여하는 '볼로냐 라가치' 상에는 리비 글래슨이 글을 쓰고 아민 그레더가 그림을 그린 호주 책 '위대한 곰' (The Great Bear.유아 동화부문)이 수상했다.

어린이 동화부문은 일본작가 가나모리가 사이지, 유아실용서 부문은 미스타니가 마키 상을 받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