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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열린우리 '과거사 기본법안' 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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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열린우리당이 마련한 과거사 기본법안(진실 규명과 화해를 위한 기본법안)을 놓고 14일 논란이 벌어졌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사이에서다. 한나라당에선 '초법적'이란 비판이 나왔다. 열린우리당은 그런 한나라당에 "과거사 규명 의지가 있기나 한 것이냐"고 공세를 폈다.

◆ "정략에 눈 먼 반인권적 악법"=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입만 열면 인권을 들먹이던 사람들이 정략에 눈이 멀어 인권을 침해하는 악법을 고집한다"고 비판했다. 남경필 원내 수석부대표는 "허술한 날림 입법"이라고 했다.

한나라당은 "여당 법안이 법 정신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특히 공소시효 정지 조항과 동행명령에 불응할 경우의 벌칙 규정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여당 법안이 과거사 조사 개시 결정이 내려지면 공소시효를 정지하도록 한 데 대해 변호사 출신인 이인기 의원은 "기소 때 공소시효가 정지되도록 한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을 깬 것"이라고 비판했다. 판사 출신 주호영 의원은 "과거사 조사 기구가 다루는 모든 사건의 공소시효가 기구 존속기간(최장 6년)만큼 연장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동행명령권 벌칙 조항(징역 2년 이하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대해서도 한나라당 의원들은 "지나치게 과도한 처벌"이라고 지적했다. 주 의원은 "동행명령에 응하지 않을 경우 법원에선 통상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심하면 구류 며칠을 선고한다"고 했다.

법안의 통신사실 및 금융거래 정보권도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게 한나라당의 주장이다. 변호사 출신 유기준 의원은 "다른 법에선 정보를 요구하는 측에서 자료가 왜 필요한지 소명하는데, 이 법안은 그 반대"라고 했다. "몇십년 전의 통신.금융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데 왜 이 조항이 필요한지 모르겠다"(주호영)는 지적도 있었다.

검사 출신 원희룡 의원은 과거사 조사위원 15명을 대통령이 전부 임명토록 한 데 대해 "중립적이어야 할 조사 기구가 대통령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 "조사 실효성 확보 위한 것"=이 같은 한나라당의 비판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건전한 비판은 몰라도 과거사 조사 자체를 방해.거부하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당 과거사 진상규명 태스크포스 간사인 강창일 의원은 "한나라당이 조사를 하자는 건지 시간을 끌자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법안 작성을 주도한 문병호 의원은 법안의 공소시효 규정이 형사소송법에 배치된다는 지적에 대해 "공소시효가 끝나가는 사건이 많은 만큼 조사 개시 결정을 기소에 준하는 것으로 보는 정도의 한시적 특례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동행명령권은 실효성 있는 조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동행명령에 불응한 때 징역 또는 벌금형을 부과하는 것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지나치다'는 지적이 있어 추후 과태료 정도로 완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그는 "통신사실 확인 및 금융거래 정보.자료 제출 요청권 등은 야당과 타협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고정애.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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