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산 순록 뿔 녹용둔갑 유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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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러시아산 순록 뿔(일명 스카)을 녹용으로 속여 팔고, 농약 성분이 포함된 한약재를 시중에 대량 유통시킨 서울 경동시장 한약재 판매상 등 17명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金佑卿)는 26일 J약업 대표 金모(39)씨 등 6명을 약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W양행 사장 申모(53)씨 등 8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한편 D상사 사장 朴모(28)씨 등 3명을 수배했다.

金씨는 1999년 6월부터 보따리상들이 러시아에서 몰래 들여온 순록 뿔 1백80㎏(소매가 1억8천여만원 상당)을 확보해 녹용으로 포장해 전국 한의원 등에 판매한 혐의다.

함께 구속된 J무역 대표 任모(39)씨는 98년 10월부터 최근까지 살충제 BHC가 0.9ppm(기준치 0.2ppm)이나 함유된 중국산 살구나무씨(杏仁) 5t 등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폐기명령을 받은 1억원어치의 한약재를 불법 유통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또 수배된 朴씨가 시중에 유통시킨 버섯 복령(茯笭) 24t에 BHC가 초과 함유된 사실을 확인, 朴씨가 납품했던 제약회사 3곳에서 만든 제품 1백여종을 수거해 식의약청에 잔류농약 검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약효가 떨어져 통관검사 때 '부적격' 판정을 받았던 목과.지골피 등 불량 한약재 14종 1백여t도 수입업자들이 보관 중인 것을 적발, 폐기처분토록 통보했다.

또 부적격 한약재의 유통을 막기 위해 통관절차와 처벌규정을 강화토록 보건복지부 등에 건의키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순록 뿔을 잘게 썰면 녹용과 구분이 안되는 점을 악용, 일부 업자들이 kg당 12만원 정도에 수입한 뒤 국내에선 녹용으로 속여 한약상에 40만~50만원에 팔고 있다" 며 "지난 한해 동안 녹용 수입량은 1백72t, 순록 반입량은 20t 정도로 파악돼 시중에서 팔리는 녹용의 10% 정도가 가짜로 추정되고 있다" 고 밝혔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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