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850선 넘은 증시… 전문가들 어떻게 보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 이원기 메릴린치 전무 "연내 1000 돌파 내년 이후도 밝아"

"연말까지 종합주가지수는 1000을 넘을 것이다. 증시는 내년 이후에도 중장기적으로 상승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낙관한다. 시간은 증시의 편이다."

종합주가지수가 850선을 회복한 13일, 대표적인 증시 낙관론자인 이원기(사진) 메릴린치 전무의 목소리에는 힘이 넘쳤다. 이 전무는 지난 4월의 중국 쇼크 때는 물론 지수가 700대 초반에서 헤매던 7월 말~8월 초에도 강세장의 관점을 견지해 왔다. 대부분 증권사가 8, 9월 증시를 어둡게 전망하는 데도 그는 외롭게 반대편에 서 있었다.

경제는 안 좋다는데 주가는 왜 오를까.

그는 "경제는 안 좋다. 그러나 경제 현상만 보지 말고 그 내면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비관론의 근거인 소비 침체와 투자 부진은 인정하지만 그 속에서 조금씩 싹트고 있는 긍정적인 의미를 읽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전무는 소비가 줄어든 이유는 가계가 2002년 신용카드 대출과 부동산 거품으로 소비를 지나치게 많이 했던 것을 교정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과소비했던 과거 행태를 교정해 저축을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덕분에 가계의 부채 상환능력이 커지고 자산 건전성도 높아졌다. 그 구조조정의 결과 미약하나마 소비 여력이 생기고 있다는 게 이 전무의 생각이다. 투자 부진도 과잉설비의 처리과정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유휴설비가 줄고 자본재 수입이 늘고 있는 만큼 국내 투자도 조만간 늘어날 것으로 이 전무는 내다봤다.

이 전무는 "일부 비관론자가 정치적 리스크 등 '장외요인'에 지나치게 신경을 쓴 나머지 기업의 수익력이라는 기본을 폄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적인 변수는 돈 버는 것과 상관없다는 것이다. 그는 "언제 한국 정치가 서구 민주주의의 기본에 충실했던 적이 있었느냐"며 "그래도 기업은 계속 성장해왔다"고 말했다.

서경호 기자<praxis@joongang.co.kr>

*** LG증권 박윤수 리서치센터장 "경기 부진 계속 상승은 일시적"

"지금은 주식을 공격적으로 살 때가 아니다. 투자위험 관리에 치중해야 한다."

증시의 대표적 신중론자인 박윤수(사진) L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3일 "주가 하락의 원인이 됐던 경제의 기초여건에 변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증시는 하락장세 흐름 속의 일시적인 상승(베어마켓 랠리)이며, 대세상승 국면은 아니라는 것이다. 박 센터장은 지난 4월 말 외국인 이탈과 주가 급락을 가장 먼저 예견하고 기관투자가들에게 리스크 관리(주식 매도)를 권고했던 애널리스트다.

-주가가 왜 오르나.

"주가가 단기간에 너무 많이 빠졌다.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감도 어느 때보다 강하다. 유례없는 저금리 속에 시중 자금이 증시로 회귀할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증시에 매물이 적어 외국인이 조금만 사도 오른다. "

-대세상승에 대한 기대까지 나오는데.

"한국 증시가 대세상승하려면 경기에 민감한 정보기술(IT).철강.자동차 업종 등의 실적이 좋아져야 한다. IT경기는 내년 1분기 이후에나 살아난다는 전망이 많다."

-경제 상황은 어떤가.

"기초여건에 변화가 없다. 수출 경기는 둔화되고 있다. 세계 경제가 좋지 않은데 한국 경제만 좋을 리 없다. 내수도 개선될 조짐이 없다. 가처분소득이 증가하지 않고 있으며, 가계 부채의 절대 규모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기업들은 유가 급등을 제품가격에 전가할 수 없어 마진을 줄이고 있다. 기업 실적도 좋을 리 없다."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가 강한데.

"경기 부양책이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정부 안에서 경제를 보는 시각의 일치가 중요하다. 지금까지 부양책은 가계와 기업의 지출을 자극하는 조치였으나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우리 경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수출 경기는 정부가 컨트롤할 수 없다."

이상렬 기자<isa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