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없으면 성장도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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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이를 위해 '고위험-고수익(하이리스크-하이리턴)' 사회로 가야 한다."

삼성경제연구소 윤순봉(사진) 부사장은 발제문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기업이 신성장산업을 찾아 과감히 투자해야만 기업 이익이 증가하고, 고용이 창출되며, 근로자 소득이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로 돌입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또 신성장동력을 찾으려면 나라가 역동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모든 경제주체들이 위험을 과감히 감수하는 '고위험-고수익'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하는 발제문 요약이다.

현재 한국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점은 대략 다음과 같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저성장 구조로 빠질 가능성이 크고▶정보기술(IT)과 비IT, 제조업과 서비스, 상류층과 빈곤층 등 양극화 현상이 심각하며▶고임금.고지가 등 고비용.저효율 구조로 다른 경쟁국가에 비해 매력도가 떨어지며▶사회 전체가 의욕을 잃어가고 있고▶이념 대립 등으로 분열이 심화돼 미래 준비는 방치되고 있다.

예를 들면 가계부채 부담에 따른 소비침체는 내후년까지 이어질 것이다. 고령화와 노사갈등으로 성장력이 약화돼 잠재성장률은 올해 4.8%에서 2010년 4.0%로 낮아질 것이다.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1위 품목수는 한국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데 반해 중국은 급증하고 있고, 2000년 이후 기업 규제는 증가 추세에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감세 등의 단기적인 경제정책으론 안 된다. 무엇보다 미래 소득에 대한 확신을 못 주기 때문이다. 물론 노사협력 메커니즘을 구축하고, 소비.투자 활성화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이 미래 사업대상과 새로운 투자수익모델을 확보해 나라 전체가 역동성을 갖는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미래전략산업은 디지털.소프트.관광.고부가 농업이다. 특히 한국인의 특성에 가장 잘 맞는 디지털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 한국이 세계 디지털산업의 군주(디지털 칸)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한국이 디지털 실험장이, 한국인이 실험대상이 돼야 한다. 또 정부와 민간은 함께 IT산업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정책을 펴야 한다.

그래도 문제는 남는다. 이 같은 다섯가지 성장엔진을 누가, 어떻게 육성하느냐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핀란드나 아일랜드 등의 강소국을 배울 필요가 있다. 그들은 초점 있는 산업정책으로 역량을 집중했고, 위험을 감수함으로써 역동성을 높였으며, 사회적 합의로 전 국민이 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그들은 글로벌 시대의 불확실성과 국민의 활력 저하, 그리고 사회 갈등을 훌륭히 극복했다.

우리도 이 같은 국가 전략이 필요하다. '밖으로''미래로''실질로'가 그것이다. '밖으로'(글로벌) 전략을 통해 외부의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강인한 경제체질을 구축해야 한다.

따라서 지역균형 정책도 국내 관점에서 봐선 안 된다. 동북아를 감안한 지역 균형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미래로' 전략을 통해 경제역동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과거의 과실을 나눠먹는 분배정책은 경제 경착륙을 초래할 것이다.

이념 대립과 사회 분열은 '실질로' 전략으로 극복해야 한다. 명분보다 실리를 중시하는 실용주의적 기풍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현안 과제를 일괄 타결하는 국민대협약을 맺어 '정치의 계절에서 경제의 계절로' U턴 할 수 있다.

김영욱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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