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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장 나치 비유 작품 전시놓고 논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코끼리 배설물과 포르노그래피 사진으로 장식된 흑인 성모 마리아 등 충격적인 작품을 전시해 법정 싸움으로까지 번졌던 '센세이션(sensation)' 전의 논란이 재현될 조짐이다.

오는 23일부터 열리는 뉴욕 휘트니 비엔날레에 뉴욕 시장 루돌프 줄리아니를 나치에 비유한 설치 작품이 출품되기 때문.

줄리아니는 지난해 말 '센세이션' 전을 개최한 브루클린 박물관을 맹렬히 비난하며 지원금을 동결하고 현재 사용하고 있는 시 소유 건물에서 강제퇴거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었다.

문제의 작품은 뉴욕에 거주하는 독일 출신 미술가 한스 하케(64)의 '새니태이션(sanitation:위생)' . '센세이션' 과 발음도 비슷하다. 이 작품은 스피커가 부착된 깡통 여러 개를 벽에 붙이는데, 스피커에서는 군대의 행진 소리가 들려온다.

여기에 금빛 액자에 넣은 미국 수정헌법 제1조(표현과 언론의 자유)와 6개의 인용 문구가 붙는다. 히틀러가 즐겨 썼던 특유의 고딕체로 쓰인 인용 문구 중 3개는 "관장이 정신차릴 때까지 브루클린 박물관에 대한 지원을 중단할 모든 방법을 강구하겠다" 는 등 그간 줄리아니 시장이 해온 말이다.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휘트니 미술관의 주요 후원자이자 창립자의 며느리인 메리루 휘트니(73)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휘트니는 "도저히 '예술' 이라고 부를 수 없을 만큼 끔찍한 작품이다. 이런 것을 전시한다면 해마다 내던 기부금을 낼 수 없다" 고 말했다. 그는 상당한 액수의 기부금을 주려 했던 유언장 내용도 수정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러나 미술관 측은 예정대로 전시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져 '표현의 자유' 를 둘러싸고 다시 한바탕 논란이 벌어질 듯 하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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