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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값 엄청나게 많이 싸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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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과일 값이 여간 싸진 게 아니다. 감귤은 지난해의 절반 수준도 안된다. 단감.배 등 국산 과일 값이 전반적으로 크게 내렸다. 풍작으로 공급은 늘었는데 맛이 떨어져 수요는 줄었기 때문이다.

수입과일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오렌지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39.6% 하락했다. 바나나는 21.9% 싸졌다.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덤핑물량도 늘고 있다.

농수산물유통공사 조사에 따르면 15일 현재 감귤의 전국 소비자평균가격은 중품 기준으로 1년 전에 비해 51.8% 폭락했다. 단감은 42.6%, 배는 27.7%, 사과는 10.6% 떨어졌다.

사과.배.단감은 지난해 수확이 예년보다 풍성해 저장물량이 많아졌다. 겨울철에 많이 먹는 감귤은 해걸이 현상으로 지난해 대풍작이었다.

예년 이맘때는 감귤 물량이 소진돼 값이 오를 시점이다. 그런데도 계속 내리막길이어서 제주도에선 감귤을 폐기처분하는 농가가 잇따르는 실정이다.

과일의 품질은 지난해보다 나빠졌다. 과실이 한창 영글어갈 무렵인 지난해9~10월에 비가 잦았기 때문이다.

'배를 먹느니 무를 먹는 게 낫다' 는 말이 나올 정도다. 맛이 떨어지자 수요가 감퇴했고, 가격 약세를 부채질했다.

할인점 롯데마그넷의 청과바이어는 "수확기를 앞두고 비가 많이 오면 과일의 수분 함량이 높아져 당도가 떨어진다" 고 말했다.

오렌지.바나나 등은 지난해보다 수입물량이 늘어나면서 값이 하락했다.

한국델몬트 강근호 사장은 "원화 환율이 지난해에 비해 달러당 1백원 가량 떨어져 수입과일 가격이 낮아졌다" 며 "지난해 이맘 때 미국 캘리포니아산 오렌지와 필리핀산 바나나의 작황 부진으로 감소했던 수입물량이 올들어 증가세로 돌아선 것도 가격하락을 재촉했다" 고 설명했다.

겨울이 길어 판매가 부진한 것도 요인의 하나다.

할인점에서는 소비자가격이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E마트 분당점의 경우 지난 15일 현재 상품 기준으로 사과(4개 포장)는 2천9백80원으로 1년 전보다 44% 내렸다.

배는 두개에 5천5백80원으로 38% 하락했고 감귤(1백g)은 1백38원으로 44% 떨어졌다. 수입 오렌지는 5개에 1천9백80원으로 지난해의 절반 값도 안된다. 바나나는 1백g에 1백48원으로 곤두박질했다. 지난해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이들 과일의 가격이 약세에 머물자 비닐하우스 등에서 키운 방울토마토와 딸기의 가격도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15일 서울가락동농수산물시장 딸기의 도매시세는 상품 기준으로 8㎏ 한상자에 2만6천원으로 지난해 이맘때에 비해 18% 떨어졌다. 방울토마토는 10㎏에 1만9천원으로 34% 하락했다.

딸기의 소비자가격은 아직 떨어지지 않고 있다. 딸기의 경우 저장이 힘든 점을 감안해 소매가격을 높게 매기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가락동농수산물시장 유통조사부 관계자는 "예년의 경우 설을 쇠면 사과.배 등 과일 값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곤 했으나 올해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며 "딸기.방울토마토 등의 신선 과채류가 많이 나올 시점이어서 과일값 약세는 당분간 지속할 것" 이라고 전망했다.

차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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