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홍콩·싱가포르 “경쟁 그만, 손잡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국제 금융허브 구축 등 여러 방면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홍콩과 싱가포르가 이번엔 협력을 외치고 나왔다. 경쟁보다는 협력으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 각자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대학 교류부터 하자”=홍콩의 도널드 창(曾蔭權) 행정장관은 최근 싱가포르 경영대학에서 한 연설에서 “홍콩과 싱가포르가 협력하지 않으면 아시아의 발전은 없다. 특히 두 지역이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해 아시아 금융산업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각자 역할이 따로 있으며 이 역할에 대한 협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창 장관은 지난 14일 싱가포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했다.

싱가포르 국립대학의 ‘리콴유(李光耀) 공공행정학교’ 키쇼어 마부바니 학장도 화답했다. 그는 지난주 홍콩을 방문해 “우리는 서로 강력한 경제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협력할 분야가 많다. 예컨대 홍콩은 중국과 동북아시아에 대한 이해가 깊고 싱가포르는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시장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서로 협력해 아시아의 대표적인 금융허브를 같이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마부바니 학장은 이를 위해 우선 교육분야부터 협력체제를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홍콩과 싱가포르 인재들의 교류가 매우 적다. 따라서 대학 단위로 교류를 시작해 공감대를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마부바니 학장은 특히 “금융산업과 관련해 두 지역이 협력해야 할 분야가 너무 많다. 특히 홍콩이 중국의 국제적 채널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 서로 협력하면 중국의 금융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협력 분위기에 따라 홍콩과 싱가포르 정부는 곧 상호 협력방안을 구체화하기 위한 협상을 벌일 전망이다.

◆“지나친 경쟁은 득보다 실”=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는 2004년 홍콩이 중국과 무관세 협정(CEPA) 등을 체결하면서 경제발전을 도모하자 “지나친 중국 의존은 홍콩을 궁지에 몰아넣을 것”이라며 비판했다. 이에 대해 홍콩 민주당의 양썬(楊森) 주석이 “홍콩과 중국의 무역이 늘면서 홍콩이 금융과 물류 경쟁력이 강화되면 싱가포르의 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을 우려한 잘못된 생각”이라고 받아쳤다. 당시 홍콩은 현지 다국적 기업들이 환경 문제를 이유로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를 싱가포르로 옮겨가던 중이어서 싱가포르에 대한 불만이 컸다.

2007년에는 홍콩 정부가 해외 인재들에게 홍콩 영구 거주권 발급 정책을 시행하자 싱가포르도 선진국 유학생들에게 단기취업 비자까지 내주며 맞섰다. 이에 대해 홍콩의 레온 헤드 아시아 경제평론가는 “그동안 홍콩과 싱가포르가 지나친 경쟁으로 자기 시장 지키기에만 급급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잃었다는 자각을 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두 지역이 협력해 동남아와 서남아시아 시장을 선점할 것이며 이는 아시아 금융허브를 추진하는 한국과 대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