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갈비에 된장·간장 입히고 피겨퀸 사랑 얹었지요
‘김연아에게 보내는 편지’. 장윤석 셰프의 요리는 한 편의 편지로 구성됐다. 코스마다 만들면서부터 먹기까지의 과정에 ‘국민의 응원과 애정 그리고 최선을 다해달라는 당부’를 담았다. 애피타이저는 투명 컵에 꽃다발 같은 채소와 핑크빛 거품을 담고 그 위엔 필로 페이스트리로 3층 탑을 쌓아 예쁜 트로피 모양을 형상화했다. 하나 메시지는 비장하다. 샐러드를 먹기 위해 컵 위의 페이스트리를 깨면 거품도 꺼져버린다. ‘거품과 같은 인기와 초심을 잃지 말라’는 의미다. 메인의 간장·된장에 절인 양갈비는 담음새를 통해 ‘한국인의 변치 않는 애정’을 풀어냈다. 또 디저트의 직접 만든 생치즈 셔벗은 ‘우리가 정성을 쏟을 테니 더 몰두하라’는 응원을 담았다.
글=한은화 기자
플로라-장윤석 셰프
한눈팔지 마라, 초심 지켜라
쓴소리도 듬뿍 담았습니다
장 셰프는 주제를 듣고, ‘이 친구가 응원이 더 필요할까’라고 생각했다. 인생에는 늘 고비가 있듯, 모두가 좋아하고 칭찬할 때 오히려 정신이 번쩍 나는 ‘쓴소리’가 필요하다 싶었다. 그래서 치즈·양갈비·과일 케이크 등 고칼로리 음식으로 식단을 짰다. ‘먹고 칼로리에 부담 가져서 더 뛰라’는 의미였다. ‘다른 것에 한눈 팔지 말고 몰두해라, 초심을 잃지 마라…’ 등 음식마다 진심으로 김연아 선수를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냈다. 국민의 마음도 함께 담았다. ‘변치 않는 사랑으로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요리로 풀어냈다. 또 직접 치즈를 만드는 등 정성을 들였고, 선수와 늘 함께하는 사람들도 맛있게 먹기 위한 요리를 만들려고 했다.
“주제가 주어지면, 스스로 무수히 질문하고 답을 하면서 스토리를 만들어갑니다.”
이들의 요리에는 늘 스토리가 있다. 또 음식의 난이도도 갈수록 올라간다. 애피타이저로 내놓은 게살 샐러드에 3단의 필로 페이스트리를 쌓은 것을 보고 한 심사위원은 “난이도가 트리플 점프·더블 악셀 수준”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두 셰프는 배틀을 하면서 조금씩 잃어가던 초심을 찾고 있는 기분이 든다고 했다. “음식을 먹는 사람이 어떤 기분이 들까를 계속 생각하며 음식을 만들고 이런 마음이 전달되면 만든 사람이나 먹는 사람 모두가 행복해지는 것 같습니다.”
‘여대생’ 연아 위해 떡볶이 파스타 선물합니다
‘자랑스러운 김연아, 사랑합니다’. 김정현 셰프는 초지일관 김연아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은 음식을 냈다. 메인으론 송아지 정강이뼈를 더덕주와 십전대보탕으로 맛을 낸 이탈리안 스타일의 보양식을 준비했다. 오소부코를 토마토소스 대신 한약재를 사용해 살짝 비틀어 만든 것이다. 김 셰프는 이 요리를 위해 자녀들 결혼 때 쓰려고 자녀들이 태어날 때마다 자연산 더덕을 구해 담가 뒀던 더덕주 두 병을 헐었다. 또 애피타이저에선 국가대표 선수 김연아가 아닌 여대생 김연아를 위해 김 선수가 좋아하는 떡볶이와 보라색 라비올리로 가볍게 기분을 풀어 주는 요리를 만들었다. 디저트는 아이스링크를 연상시키는 슈가 플레이트 위에 홍삼 초코 퐁당케이크를 올려 국민의 뜨거운 성원을 강조했다.
글=이가영 기자
파라다이스-김정현 셰프
애들 결혼 때 쓰려던 더덕주 아낌없이 재료로 썼습니다
“고정관념을 깨는 계기가 됐습니다.”
“배틀에서 지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4강까지 기대했던 것도 아니었어요. 다만 절대 창피한 모습은 보이지 말자는 생각에 후배들과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했죠.”
그는 비록 졌지만 ‘쿨’했다. 그는 4강전을 위해 두 자녀가 결혼할 때 각각 쓰려고 담가두었던 자연산 더덕주 두 병도 아낌없이 헐었다. 이것도 그가 최선을 다한 모습 중 하나였다. 배틀로 개인적인 경사도 있었다. 김 셰프는 지난달 창립 기념식에서 셰프 배틀 출전으로 회사의 성가를 드높였다며 공로상을 수상했다.
‘오소부코’는 그가 셰프 초년병 시절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배치받았을 때 요리에 눈을 뜨게 해준 음식이다. 매일 밤 일과가 끝난 뒤 혼자 오소부코를 연습하며, 좋은 요리사가 되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고 한다.
김 셰프는 자신에게 요리의 끼와 솜씨를 물려준 부모님께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마지막까지 팀워크를 발휘해준 안성빈(35)·허창효(36)·강동휘(31) 셰프와 배틀 참가로 자리를 비워도 군말 없이 응원해준 레스토랑 ‘꼴라비니’ 직원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Win 장윤석 셰프] 이야기, 맛을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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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빙이었다. 메인을 제외한 전 코스에서 동점이 나왔다. 심사단 사이에서 “승패를 가린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메인에서 4표 중 3표를 얻은 장 셰프를 승자로 결정했다. 편지로 구성한 장 셰프의 요리는 뛰어난 스토리텔링으로 요리를 만들고 먹는 행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이었다. 김 셰프의 한식을 응용한 이탈리안 보양식은 그 자체로 맛있었고, 먹으면 힘이 날 것 같았다.
●애피타이저 장 셰프가 요리에 담긴 ‘초심을 잃지 마라’는 의미를 설명하자, 심사단에서 “우와~” 하는 탄성이 쏟아졌다. 작품처럼 보이는 음식을 먹는 방법 자체가 김연아 선수에게 쓰는 한 편의 충고 편지였다. 김 셰프의 세 가지 애피타이저는 한 접시 위에서 전혀 다른 세 가지 맛을 즐길 수 있는 재미가 있어 좋았다는 평이었다. 특히 떡 절편을 이용해 파스타식으로 만든 떡볶이는 심사단의 눈길을 끌었다.
●메인 장 셰프의 ‘양갈비와 과일 케이크’는 ‘국민이 지지한다’는 훌륭한 스토리텔링으로 주목을 받았다. 양고기에 곁들인 과일 케이크의 산뜻한 맛이 양고기의 냄새를 지우는 역할을 했다. 또 양고기에 파랑과 빨간색을 입혀 태극 문양을 만드는 등 곳곳에 스토리를 담은 점이 높은 평가를 끌어냈다. 김 셰프의 ‘십전대보탕을 품은 오소부코와 대추 리조토’는 십전대보탕의 향과 뼈 속에서 은은히 퍼지는 당귀 냄새가 보양식의 느낌을 강하게 줬다.
●디저트 김 셰프의 ‘홍삼 초콜릿 퐁당 케이크’는 쌉쌀한 홍삼의 맛과 달콤한 초콜릿의 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특히 아이스링크를 연상케 하는 설탕으로 만든 접시는 셰프의 정성이 듬뿍 느껴졌다. 장 셰프의 마스카포네 치즈 셔벗은 시원하고 깔끔했다. 스토리텔링도 빠지지 않았다. 디저트 접시에 올린 레몬 한 조각에도 이야기를 듬뿍 담아, 독창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코스의 조화 김 셰프의 코스는 떡볶이로 시작해 초콜릿으로 끝나는 코스의 흐름이 자연스러웠다는 평이었다. “항상 탄탄한 맛을 보여준다”는 것이 심사단의 공통된 평가였다. 장 셰프의 코스는 요리마다 진심 어린 이야기가 담겨 김연아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았다.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로 먹는 사람을 시종일관 감탄하게 했다는 평이었다.
심사 위원단
●박재은 요리사·칼럼니스트로 『레드쿡 다이어리』 『레드 캣 오픈키친』 등 요리 관련 TV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육감유혹』 『밥시』 등을 썼다. ●백지원 세계음식 연구가로 음식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모락모락 밥 한 그릇』 『배우고 싶은 동남아요리 한 가지』 등을 펴냈다. ●신효섭 블로그 ‘블링블링 신군 쿠킹클래스(blog.naver.com/ssambear)’ 운영자. 동양매직쿠킹클래스·이마트 등에서
가정 요리를 가르치고 있다. ●이진호 블로그 ‘재즈요리사의 쿠킨 재즈(blog.daum.net/jazz4lovers)’ 운영자. 푸드 스타일리스트이자 셰프로 활동하며 『소울 키친』을 썼다..
셰프 배틀 예선에서 승리한 셰프 8팀이 ‘승자들의 대결’을 벌인다. 토너먼트식으로 최종 승자를 가리게 된다. 2라운드에선 주제로 주어진 스토리에 따라 요리를 만들게 된다.
장소협찬: 샘표식품 지미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