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대학 수시모집 때 고교등급제 이미 적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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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전형에서 출신 고교의 우열을 가리는 '고교등급제'를 둘러싼 논쟁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10일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이 학교 간 학력 격차 실태를 보여주는 자료를 발표한 뒤 "고교등급제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자 교육부.전교조가 반격에 나섰다. 여기에 한국대학교육협회가 나서 "고교등급제를 둘러싼 논쟁을 끝내자"는 입장을 밝혔다.

◆ 전교조 "대학 이름 밝히겠다"= 전교조는 13일 서울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내 한 유명 사립대의 고교등급제 시행 관련 자료를 공개하기로 했다. 송원재 전교조 대변인은 "서울지부 소속 교사들을 통해 이 대학의 올해 1학기 수시 지원 및 합격 상황과 성적자료를 수집해 분석했다"면서 "고교등급제를 적용하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사례들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전교조 한 관계자는 "분석 결과 수시 전형 자료인 학생부 성적과 면접.구술 성적 등을 계산했을 때 점수상으로는 도저히 떨어질 수 없었던 비강남권 학생들이 불합격 처리됐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또 이 대학 외에 고교등급제 적용 의혹을 받는 서울 지역 다른 사립대학 네곳의 사례도 조만간 발표하기로 했다.

◆ 교육부 "스스로 해명하라"=교육부도 반격에 나섰다. 안병영 교육부총리는 10일 교육 관계자 6만여명에게 발송된 공개 서한에서 의혹을 받는 대학들이 스스로 해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 부총리는 서한에서 "어느 지역의 어느 학교에서 공부했는가가 학생의 잠재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며 "설령 고교 간 평균적 학력격차가 존재한다고 해도 이는 학생 개개인의 격차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또 고교등급화가 허용되면 실질적으로 고교 서열화를 부추겨 진학경쟁이 과열되고, 우수학군 위장 전입 등 사회적인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대교협 "우수자 특별전형 확대해야"=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지난 11일 대학입학처장, 고교 교장, 학부모 대표, 교육부 관계자 등 13명으로 구성된 대입제도개선위원회를 열고 "고교등급제 논쟁은 심각한 국민적 교육 갈등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지양돼야 한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대신 ▶특목고 등 우수학교 재학생들이 내신에서 불리하지 않도록 현재의 '교과성적 우수자 특별전형'등을 확대하고 ▶대학이 학생들의 대학 입학 후 학업성취도를 분석해 학생부 신뢰도를 높이며 ▶대학 단위로 이뤄지는 입학전형을 단과대학.학부별로 세분화하는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이승녕.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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