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 극복하기 ② 다래에서 뽑아낸 천연물질에 ‘억제 효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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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 피부염과 같은 알레르기 질환의 치료 목표는 면역과민반응을 억제하는데 있다. [중앙포토]

이모(42)씨의 가족은 건조한 겨울이 두렵다. 알레르기 증상이 더욱 심해지기 때문. 심한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고생하고 있는 이씨는 최근 천식까지 앓고 있고, 아내 김씨(37)는 아토피 피부염으로 온몸이 딱지와 흉터투성이다. 여기에 첫째 아들(7)은 아토피 피부염을, 둘째(5) 역시 코 막힘 증상이 심해 입으로 호흡을 한다. 알레르기 가족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알레르기 질환은 이미 국민병이 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아토피 피부염과 천식, 알레르기성 비염 등 환경성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2008년 기준 715만여 명에 이른다. 2004년에 비해 100만 명 이상 증가했다.

알레르기 질환은 유전적 원인이 강하다. 부모가 모두 알레르기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자녀가 알레르기 질환을 일으킬 확률은 80%에 달한다. 부모 중 한 명이 알레르기 소인이 있을 때는 자녀의 60%가, 모두 건강한 경우엔 3%만이 알레르기 질환에 걸린다.

알레르기는 인체의 ‘항원·항체반응’이다. 집먼지·진드기나 꽃가루·곰팡이·식품첨가물·동물 털과 같이 몸에서 원하지 않는 항원(알레르겐)이 들어올 때 항체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이때 알레르기 소인이 증상을 촉발하는 ‘방아쇠 역할’을 한다.

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조상헌 교수는 “소화기능이 미숙한 1세 미만 아이가 알레르기 소인이 있으면 음식물에 의한 아토피 피부염이 유발되고, 이후 기관지 천식과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토피 피부염·알레르기성 비염·천식은 모두 ‘형제 질환’이다. 질환을 유발하는 뿌리가 같기 때문. 면역과민반응을 일으키는 부위가 서로 다를 뿐이다.

알레르기의 첫째 반응은 비만세포(정상세포보다 비대해 붙여진 이름. 비만과 관련된 지방세포와 다르다)에서 일어난다. 음식이나 공기를 통해 들어온 항원을 처리하기 위해 비만세포에서 만들어진 항체를 만들고, 이 항체가 이상반응을 일으키는 것. 이를테면 적의 공격을 막기 위해 양성한 군대(항체)가 자신의 몸을 적으로 알고 이상 물질을 내뿜는 면역체계의 혼란이 생기는 것이다.

이때 점막의 비만세포는 히스타민이나 류코트리엔과 같은 화학물질을 내뿜어 점막에 염증을 유발하고, 가려움증을 촉발한다.

조 교수는 “알레르기 질환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인자가 결합해 면역체계의 불균형을 일으키는 것”이라며 “따라서 치료의 목표는 면역력 강화나 증진이 아닌 면역과민반응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토피 등 알레르기 질환이 급증하면서 국내 바이오 신약, 생명공학기업들도 앞다퉈 신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물질이 바이로메드가 식용과일 다래에서 추출한 ‘PG102’다. 임상시험을 거쳐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기능성 원료 개별인정을 받았다.

다래는 원래 식용과 약용으로 사용되던 열매. 알레르기전문 영동한의원 김남선 원장은 “동의보감이나 중약대사전에는 가슴이 답답하고, 열이 많은 증상을 치료하며, 이뇨작용이 있어 소갈증 치료에 쓰인다고 기록돼 있다”고 말했다. 또 급성간염 치료 혹은 식욕부진과 소화불량을 개선하는 데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로메드의 박은진 박사는“한의학계 전문가로부터 과잉 생성된 열을 조절할 수 있는 생약 소재를 추천받았다”며 “동물과 세포실험 결과 면역체계의 혼란을 초래하는 면역글로불린E(IgE)항체와 T세포2(Th2, T helper2) 등을 조절하는 기능이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에서 100명의 피험자를 대상으로 인체실험을 실시한 결과 PG102가 알레르기의 주요 위험요인인 혈중 면역글로불린E, 이오탁신, 호산구 수 등을 감소시켜 알레르기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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