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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함 속에 짙게 베인 '중도'- 이왈종 개인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중도(中道)는 무엇에도 흔들리거나 치우침이 없는 마음, 즉 항상심(恒常心)이다.

그러나 번잡한 속세에서 이를 유지하기란 퍽이나 어려운 일. 그래서 화가 이왈종(55)은 10여년 전 홀연히 제주도로 내려갔다.

그 곳에서는 늘 이름 앞에 붙곤 했던 교수 직함도 따라다니지 않았고 교분을 나눌 만한 지인들도 없었다.

'중도관(觀)' 이라 지은 화실에서 몸과 마음의 촉수를 닫아 걸고 그림에만 몰두했던 그가 3월 19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연다. 제주 생활 10년을 정리하는 의미다.

'생활 속의 중도' . 그가 붙인 제목이다. 철학적 냄새가 나지만 그림은 성(聖)보다는 속(俗)에 가깝다. 말하자면 현대적인 풍속화다. 꽃·물고기·돌하르방·나무·새 등 자연과 인간이 한 덩어리로 엉켜 있다. 그렇다고 끈적이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담백하고 소박하다. 일상에서 우러나오는 소박함이 그의 그림이 주는 매력이다. 벽화처럼 희뿌연 화면 처리가 이러한 효과를 더욱 높여준다. 분류상 한국화지만 고졸한 맛보다는 편하고 친근한 쪽에 가깝다.

이번 개인전에는 도예 작품과 대형 보자기 작업도 새로 내놓았다. 색동 무늬가 아로새겨진 커다란 삼베 보자기와 흙 조각·접시 등이 전시된다. 02-3216-1020.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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