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컴퓨터생활硏 어기준 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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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최근 중앙일보 NIE홈페이지(nie.joongang.co.kr)에서 '자녀사랑' 이라는 컴퓨터 사용 모니터 프로그램을 내려받도록 한 이래 매우 뜻밖의 상담을 자주 받습니다.

'아버지가 이상한 걸 보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좋으냐' 든가, 자신이 음란물을 본 흔적을 지울 수 없냐고 묻는 학생들이 있거든요. "

우리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컴퓨터를 제대로 잘 사용토록 하고 싶은 것은 학부모들만의 소원이나 관심사가 아니라 학생들 자신도 음란물로부터 스스로 보호받고 싶어한다는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 어기준 소장.

미래의 주역들이 컴퓨터를 유익하게 자유자재로 이용하면서 음란물로부터 보호받도록 하려면 사회와 학교가 학부모들과 더불어 함께 애써야할 점들이 많다고 강조한다.

"인터넷에는 음란 사이트가 하루에도 수백개씩 생겨납니다. 단순한 차단 프로그램으로는 한계가 있죠. "

10년째 음란물 차단 프로그램을 연구해 온 어소장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학생들 스스로 음란물을 멀리할 수 있는 판단력과 의지를 길러주는 것. 음란물 방지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음란물 차단 프로그램들은 대개 특정 사이트에 대한 접근만 막아주므로 새로 생겨난 음란 사이트에 대해해서는 '방패막이' 가 못되는 까닭이다.

"그래서 '자녀사랑' 프로그램은 의미가 더욱 큽니다. 컴퓨터를 어떻게 사용했는지 모니터하는 기능에 초점을 맞추었으니까요. "

많은 학생들이 성장과정에서 접하기 십상인 음란물을 너무 심각하게 여기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여러 번 했다고 털어놓는다. 결국 문제의 심각성을 재확인케 된 것은 PC통신 대화방에서 성적 폭언을 듣고 자살한 여중생, 컴퓨터에서 음란물을 프린트해 학교에 가져갔다가 들키고는 자살한 남학생 등 꼬리를 무는 비극적 뉴스들 때문이다.

대부분 출판물 형태로 유통되던 음란물은 컴퓨터시대로 넘어오면서 파급 속도가 급속히 빨라졌다. 컴퓨터 음란물이 등장하던 1990년 초만 해도 엉성한 그림 파일이나 게임 형태가 전부. 그러나 5년전 CD와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음란 CD 한 장이 학교에 돌기 시작하면 1주일 뒤에 1백 장으로 늘어날 정도거든요. "

일반 학부모들도 자녀가 하드디스크에 저장해둔 야한 사진과 동영상들을 쉽사리 찾아내 삭제할 수도 있는 검색프로그램 '에스체커(S-Checker)' 를 애써 개발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최근 '컴퓨터와 야한 아이들 그리고 순진한 부모' 란 책을 펴낸 것 또한 학부모들의 진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컴퓨터 지킴이' 활동의 하나. '현재 NIE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컴퓨터를 진짜 좋은 친구로 사귀기' 란 안내자료를 정리한 것도 마찬가지다.

5년전 PC통신에 처음으로 성인 정보 서비스를 제공했던 사람과 어소장이 최근 상담한 사례가 눈길을 끈다.

"그 분 자녀가 음란물을 본다고 걱정하기에 적절한 프로그램을 소개했지요. 정말 고마와하더군요. "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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