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21세기 전략동맹 확인한 한·미 정상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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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1시간의 짧은 서울 방문을 마치고 어제 귀국했다. 말이 1박2일이지 이명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주한미군 부대를 시찰한 것이 사실상 방한 일정의 전부였다. 3박4일간 체류한 중국에 비해 혈맹인 한국과는 그만큼 현안이 적었다는 뜻일 수 있지만 취임 후 첫 방한이란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세 번째가 된 이번 만남에서 양국 정상은 돈독한 우의를 과시했다. 긴밀한 대북 공조 원칙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위한 공동 노력 의지를 천명했다. 내년에 열릴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협력은 물론이고 기후변화, 비확산, 대(對)테러 등 글로벌 이슈에서의 공동 대응 원칙도 확인했다. 아쉽기는 하지만 그만하면 무난했다고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을 평가하는 이유다.

특히 다음 달 8일로 임박한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을 앞두고 한·미 정상이 빈틈 없는 북핵 공조를 선언한 것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대통령이 제시한 ‘그랜드 바긴’ 원칙에 입각한 북핵 문제 일괄타결 필요성에 전적인 공감을 표시함으로써 일각의 오해나 혼선의 소지를 말끔히 정리했다. 북·미 직접 협상으로 한·미 공조에 쐐기를 박겠다는 생각은 접는 것이 좋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북한에 보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으로서 남은 길은 하루빨리 6자회담에 나와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핵 포기 의사를 밝힘으로써 스스로 새로운 길을 찾는 것뿐이다.

한·미 FTA 비준이 경제적으로뿐만 아니라 전략적으로도 중요하다는 데 양국 정상이 인식을 같이한 것은 고무적이다. 아시아권 전체와의 무역 불균형이 비교적 균형을 이루고 있는 한·미 간 FTA에 장애가 되고 있는 현실을 오바마 대통령이 직시한 점도 다행이다. 미 자동차 업계와 노조의 반발이 FTA 비준에 여전히 걸림돌로 남아 있지만 이는 재협상을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한국 시장에서 팔릴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들어낼 때 비로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이 자동차 문제에 대해 “다시 얘기할 자세가 돼 있다”고 말함으로써 재협상 용의를 표명했다는 오해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 느꼈겠지만 한국은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가장 모범적인 동맹이다. 중국과는 경쟁과 협력의 이중적 동반자가 될 수밖에 없고, 일본 민주당 집권으로 미·일 동맹도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핵우산과 확장억지력 제공을 토대로 대한(對韓) 방위공약을 재확인하고, 이미 합의한 미래동맹 비전을 토대로 한·미 동맹을 21세기의 전략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의지를 재천명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한국전 발발 60주년을 맞아 내년 처음 열리는 양국 외교·국방장관 회담, 즉 ‘2+2 회담’에서 전략동맹의 구체적 내용을 채워나가는 것은 숙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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