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외국병원 허용하되 역차별은 없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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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2008년께부터 경제자유구역 안에 외국 병원이 들어서 내국인도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을 확정해 정기국회에 제출했다. 우물 안 개구리였던 국내 의료시장이 문호를 여는 전환점이 우여곡절 끝에 마련된 것이다.

경제자유구역 내로 제한되기는 하지만 외국 영리의료법인을 허용하고 민간보험을 적용키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이제 환자가 돈을 더 내면 원하는 고급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국내 병원의 의료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해 외국에 나간 환자가 쓰는 돈이 매년 1조원에 달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도 개선될 것이다. 국내 의료시장에서 국내병원과 외국 병원이 피 터지게 경쟁을 벌이면 의료 수준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이는 국민 모두의 이익이 된다.

문제는 국내에 진출한 외국 병원에는 마음껏 실력을 발휘하도록 날개를 달아주면서 국내 의료기관은 꽁꽁 묶어두는 역차별이 시정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갓 대학을 나온 초보 의사와 베테랑 명의(名醫)에게 동일한 수가가 적용되고,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넘어서면 자기부담으로 치료를 받아도 불법이 된다. 최신 치료법과 신약도 일부 중증 환자에게만 적용할 수 있게끔 제한돼 있다. 또 국내 기업이나 병원이 경제자유구역 내에 병원을 설립하기가 어렵게 돼 있다.

국내 의료기관에 대한 이러한 역차별은 없어져야 한다. 시장원리에 따라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게 해야 외국 병원의 독주를 막을 수 있다. 각종 의료규제를 대폭 해제해야 한다. 최소한 건강보험 강제지정제는 풀고 민간보험을 도입해 숨통을 터줘야 한다.

의료시장 개방에서 생길 그림자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서민들이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인 우리나라 공공의료 비중을 늘려야 한다. 민간의료에 대해서는 각종 규제를 풀어 경쟁력을 키우되 공공의료 부문에 대한 정부 투자도 확대해 지역.계층 간 불균형을 초래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