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선거에 '북풍'…유세 맞춰 전방위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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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대륙의 북풍(北風)이 거세게 대만을 휘감기 시작했다. 이번 북풍은 다음달 18일 치러질 대만 총통선거의 공식 선거유세가 시작된 것과 때를 맞춰 전방위(全方位)에서 불어닥쳤다.

중국의 계산은 대만인들의 표심(票心)을 장악하겠다는 것이다. 강한 북풍은 대만 유권자들의 표심을 '반(反)대만독립' '반 양국론' 쪽으로 몰아줄 것이라는 생각이다.

실제로 지난 21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대만 유권자의 40%정도가 "(대만 독립을 주장해온)천수이볜(陳水扁)민진당 후보의 집권에 불안감을 느낀다" 는 반응을 보였다.

◇ 무력사용 조건 추가〓중국 국무원 산하 대만판공실과 신문판공실은 21일 공동발간한 '하나의 중국 원칙과 대만문제' 란 제목의 백서(白書)를 통해 "대만이 무기한 통일협상을 연장한다면 무력사용도 불사할 것" 이라고 경고했다.

▶대만독립 선언▶외세의 대만 침입▶중대한 내란 등 세 가지 무력사용 조건에다 중요 요건이 하나 더 추가된 것이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중국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 "현재 '무기한 연장' 의 기준으로 2010년과 2007년이 논의되고 있으나 2007년이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고 보도했다. 즉 2007년까지 통일협상에 나서지 않을 경우 언제라도 무력을 사용하겠다는 얘기다.

◇ 돌연한 남순(南巡)〓중국의 진정한 개혁.개방은 1992년 1월 19일 시작된 최고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의 남순(남부지방순찰)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당시는 예고된 시찰이었고, 초점은 철저하게 경제에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장쩌민(江澤民)주석은 19일 예고없이 '남순' 에 올랐다. 대만 대선의 공식 유세일정이 시작되는 날이다. 남부 경제특구인 선전시에 대한 시찰이 있었지만 주요 관심지역은 군사시설이다.

江주석은 수호이-27기와 젠(殲)-7, 8기 전투비행단 등 공군 주력부대는 물론 '대만 해방전쟁' 시 꼭 필요한 남해해군기지를 집중 시찰했다.

홍콩내 양안전문가들은 "江주석의 이번 남순은 과학기술진흥을 독려하고 공무원의 자세를 질타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대만에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 이라고 분석했다.

◇ 인민일보와 해방군의 양면전〓인민일보도 21일 돌연 해외판 논단을 통해 "江주석이 95년 제시한 '장바뎬(江八點)' 만이 유일한 통일의 기준" 이라고 주장한 뒤 "양국론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대만의 앞날은 없다" 고 강조했다.

인민해방군 고위관계자는 "대만 해방전쟁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면서 "요즘 각 해방군 주요 단위별로 연일 전략회의가 거듭되고 있다" 고 말했다.

◇ 대만 반응〓아직까지 공식 반응은 없다. 그러나 대만 국방부 관계자는 "우리의 방어태세는 최상의 상태" 라면서 "저들(중국)이 무력으로 시위하는 일은 없을 것" 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무소속의 쑹추위(宋楚瑜)후보만 21일 밤 "무력으로 위협하면 대만인들이 협상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생각은 매우 잘못된 것" 이라고 비난했다.

홍콩〓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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