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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독서, 평생 친구] 초등학교 입학 앞둔 아이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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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입학을 앞둔 어린이들은 소리 내 읽기를 하면 독서 습관을 들이는 데 도움이 된다. 한재만(오른쪽)군은 매일 동생에게 동화책을 읽어준다. [황정옥 기자]

“내년에 초등학생 학부모가 된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하지만 걱정도 많아요. 아이가 책은 무척 좋아하는데 차분히 혼자 읽지는 못하거든요. 일곱 살 정도면 하루 30분은 책을 읽어야 하지 않나요?” 신여윤(36·여·서울 동작구)씨가 열려라 공부팀 앞으로 보내온 메일이다. 신씨는 아들 한재만(6)군이 초등학생이 되기 전 독서습관을 잡아주고 싶다며 독서 진단 신청을 했다.

글=박정현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혼자 책을 안 읽으려 해요

재만이는 잠자리에 들기 전 엄마가 책 읽어주는 것을 좋아한다. 구몬교육연구소 이순동 소장은 “엄마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시간은 단순한 내용 전달 과정 이전에 교감의 과정”이라며 “아이가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집중과 몰입 능력이 뛰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한글을 뗐어도 책 읽어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단, 초등학교 입학 후에는 영역별 균형을 맞춰줘야 한다. 그런데 재만이는 혼자 책 읽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두꺼운 위인전을 주면 3~5분이면 다 읽었다고 내려놓는다. 신씨는 “혼자 책을 읽을 때는 글자 읽기에 급한 것 같다. 상상할 틈이 없으니 재미가 있을 리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읽어주는 책 듣기보다 소리 내 읽도록

신씨는 재만이가 책 읽는 경험을 하도록 동생에게 책을 읽어주라고 타이르기도 했다. 독서 전문가들은 “취학에 앞서 소리 내 읽기, 즉 또박또박 읽으며 음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끊어 읽기를 어려워하면 엄마가 시범을 보여야 한다. 이것이 제대로 돼야 띄어쓰기나 맞춤법을 제대로 한다는 것.

한우리독서논술 정은주 연구원은 “요즘 어린이들은 글을 빨리 깨친다”며 “그러다 보니 음독기간 없이 바로 묵독으로 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책은 의미 단위로 읽어야 한다. 단어의 뜻을 모르면 낱글자가 된다. 그런데 엄마가 책을 읽어줄 때는 끊어 읽기가 돼 이해하기 쉽다. 이러다 보니 읽어주는 책은 한 단계 높아도 되지만, 아이가 혼자 보는 책은 단계를 낮춰주는 게 좋다.

재만이의 독서 능력을 진단해 보니, 모르는 단어는 건너뛰었다. 소리 내 읽어도 마찬가지였다. 예컨대 ‘병아리가 나들이를 가고 있어요’를 ‘아이들이 가고 있어요’로 읽었다. 성격이 급하거나 아는 내용을 읽을 때 종종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이를 해결하려면 소리 내 읽기, 같은 책 여러 번 읽기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도 잘 안 되면 읽는 것을 녹음해 본다. 긴장을 해 또박또박 읽게 되고 재미도 있다. 자기가 녹음한 걸 듣다 보면 남이 읽어주는 것 같아 무엇이 틀렸는지 금방 알게 된다.

생활동화로 독서습관 바꾼다

이 또래 아이들은 생활동화를 좋아한다. 책 속에서 자기 모습을 보기 때문. 동생과 싸운 얘기, 친구와의 놀이 등이 책에 나온다. 실생활에서 적용이 안 되면 아이들은 흥미를 잃는다. 전래동화 속에 욕심 많은 인물이 나오면 주위 사람 중 욕심 많은 친구에 대해 얘기한다. 책 얘기가 자기 얘기가 되도록 생활과 연결된 질문을 찾아 한다. 이래야 아이도 할 얘기가 많아진다.

특히 7세에서 초등 1학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는 선악이 분명한 우화가 도움이 된다. 한국교육개발원 박효정 연구위원은 “이 시기에는 도덕성과 사회성이 발달하는데 이런 책이 해답을 준다”고 강조했다. 책을 통해 어떤 것이 잘못이고, 가치 있는 행동인지 얘기를 나누며 생각하도록 한다. 박 연구위원은 “이때는 상상력이 최고조에 이르는 시기”라며 “초등 저학년까지 마음껏 상상할 수 있는 판타지 문학을 읽게 하는 것도 책에 재미를 갖게 하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정 연구원은 “많이 읽기보다는 한 권을 깊게 읽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 달에 2~3권 정도 꼭꼭 씹어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이에게 질문할 때도 얘기의 앞부분을 확인하지 말고 뒷얘기를 상상하도록 한다. “무슨 일이 있었어?”가 아니라 “무슨 일이 일어날까?”라고 묻는다.

7세 독서습관 학업성적으로 이어져

책 읽는 습관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이 소장은 “만 5세부터는 일과 중 10~20분 정도 독서시간을 정하고 ‘지금은 책 읽는 시간’이라는 말로 시작해 보라”고 권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매일 일정한 시간을 정하고 꾸준히 진행하는 것. 만 6세가 되면 30분 이상 책 읽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다. ‘책에 나온 두 글자 낱말을 먼저 말하는 놀이를 할까?’ ‘책에 나오는 재미있는 부분으로 문장카드를 만들어 볼까?’ 등 책 읽기와 학습활동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독후활동을 한다.

신씨는 “독서습관이 초등학교 입학 후 학업성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초등 저학년 때는 국어 시간이 많다. 독서를 많이 해 말하기나 글쓰기를 잘하면 칭찬을 받고 자연히 학교 가는 것이 즐거워진다. 이것은 입학 후 학교 적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독서교육 전문가들은 “취학 전 이 시기에는 다독보다 독서하는 습관 자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독자 자녀의 독서 습관을 바로잡아 드립니다. 신청자 전원에게 한우리독서논술팀과 노명완 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진이 개발한 ‘NRI 독서종합검사’를 무료로 제공합니다. ▶신청: lena@joongang.co.kr (사연과 연락처 기재)

재만이의 독서 능력 종합 진단

독서태도  책에 대한 흥미와 관심이 매우 높고, 다양한 읽기 전략을 사용할 줄 안다. 독서 목적에 따라 알맞은 책을 고를 수 있다. 책 속 정보 보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잘 갖춰져 있다. 책 수준을 단계적으로 높여 가며 능동적인 독서태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독서력 독서에 필요한 이해력과 사고력이 모두 좋은 편. 글의 내용을 비교적 정확히 파악할 뿐 아니라,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확장해 이해하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더 다양한 영역의 독서 경험을 하면 독서력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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