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가톨릭 골수은행장 한훈 교수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가톨릭조혈모세포은행장인 한훈교수(가톨릭의대 미생물학교수)는 인터뷰 내내 목소리의 톤이 가라앉지 않는다. 불쾌한 심기를 감추기 어려운 모양이다.

그는 지난달 골수(조혈모세포)기증예정자의 데이터를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이관하라는 정부 공문과 전화를 받았다.

게다가 12일 인터뷰 도중에는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그와의 면담을 위해 찾아왔다. 지난 9일 뇌사자 장기이식이 합법화되면서 가톨릭조혈모세포은행을 흡수하기 위한 정부의 막판 조르기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입장은 단호하다. "그것은 정부의 희망사항 뿐" 이라는 것이다. 어렵사리 만든 법을 거부한다는 것일까.

"정부가 만든 장기등 이식관련 법은 장기기증희망자가 대상이지 우리가 보유한 기증희망예정자가 아니다. 기증희망자들이 정부가 아닌 가톨릭재단인 우리에게 위임했다는 뜻이다. 정부에서 데이타를 일방적으로 가져간다는 것은 법 취지에도 안맞고 본인의 의사를 반할 수 있다. "

이보다 그를 더 불안하게 하는 문제는 센터측이 전문가나 시설을 갖추지 않고 데이타만 요구한다는 점.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식성공률이다. 성공률은 공여자와 수혜자의 유전자타입이 정확하게 맞을 수록 올라간다. 그런면에서 이식센타에는 행정직이 아닌 면역학을 전공한 전문가가 상주해야 한다. 법도 좋고, 제도도 좋지만 궁극적으로 환자에게 도움을 주는 길을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

그동안 재단에서 출연한 검사비는 물론 인건비.시설비 등 막대한 투자를 무시하고 무상으로 성과물을 가져 가겠다는 발상도 그는 납득하지 못한다.

1명당 검사비가 20여만원이니 그동안 쓰인 검사비 총액만도 40억원이 넘는다는 것. 1994년 설립한 가톨릭조혈모세포정보은행은 지금까지 총 62명의 조혈모세포이식을 성사시켰다.

전국 17개 이식기관에서 원하는 유전자타입을 팩스로 보내면 즉시 데이타를 조사해서 해당기관에 통보한다.

"골수은행 운영이 복잡하지 않고, 현재 주1명씩 골수기증자를 찾아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조혈모세포은행이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는데 굳이 정부에서 이를 일원화해 절차를 복잡하게 하고 이식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는 것이 그가 정부 방침을 거부하는 이유라는 것이다.

고종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