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설] '정형근 후유증'을 우려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형근(鄭亨根) 한나라당 의원 체포를 둘러싼 승강이가 여야간 막가파식 공방전으로 이어지면 이번 총선은 사상 유례없는 혼탁으로 빠질 우려가 있다.

벌써 어제만 해도 민주당이 "법치를 유린하면서 부하의 도주를 비호하는 반민주적 행태" 라고 한나라당 총재를 비난하자 鄭의원은 '좌익광란의 시대' 라는 극한용어까지 동원해 여당과 대통령을 공격하고 나섰다.

이대로라면 여야 정당이나 신진 정치세력들간 정책대결 풍조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온통 네거티브 흑색 선거전 일색을 예고하고 있다.

'정형근 변수' 로 더욱 부추겨질 지역감정 고질(痼疾)은 4.13 총선을 계기로 아예 불치의 '암(癌)' 판정을 받을지도 모른다.

누가 이런 판국을 조성하고 있는가. 김수환(金壽煥)전 추기경의 간곡한 충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총선 승리에만 급급한 기성 정당에 주된 책임이 있다고 우리는 판단한다.

득표력이 있다 해서 멀쩡한 각료들을 총선에 '징발' 한 여당과 鄭의원 사태가 불거지자 표 계산이나 '방탄국회' 생각부터 하는 야당에서 주권자인 국민을 의식하는 기색은 찾아보기 어렵다.

또 검찰은 정치권과의 연관성을 부인하지만 심야에 무리하게 야당 의원을 잡으러 나선데다, 오늘 사회 유력인사 대상의 병무비리 수사반이 활동을 개시하는 것 등에 여전히 의혹의 시각을 거둘 수 없다.

鄭의원의 경우 원론적으로는 당사자가 떳떳이 출두해 조사받는 것이 합당한데도 정략과 꼼수 대결로 사태를 여기까지 몰고 왔다고 본다.

여야는 본연의 정책대결 자세를 회복해야 한다. 특히 야당은 鄭의원 문제를 방탄국회나 장외집회로 몰고 가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명예훼손 문제라면 그에 합당한 관례와 법절차를 따라야 하고 정치와의 역학관계를 끊어야 한다.

모든 문제를 선거와 연결하려 하는 꼼수 때문에 정치의 본바닥이 흐려지고 혼탁해진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