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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능인고 "사이버 수업하니 재밌어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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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8일 개학한 대구시 수성구 능인고교 1학년 학생들은 컴퓨터 실습실에 몰려와 e-메일을 검색하느라 부산했다.

이 학교 이상균(李相均.29)(http://www.openschool.cjb.net)교사 등 국어과 교사 7명이 보낸 새학기 교과과정 소개서가 그 안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학교의 새학기 국어수업 준비는 이처럼 e-메일 확인으로 시작된다. 학생들은 지금까지 교과서 말고도 CD롬으로 제작된 '전자 교과서' 와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2주일마다 한차례씩 최신 학습정보와 진로상담 등 내용을 담아 보내온 '인터넷 잡지' 로 지난 1년간 수업을 해왔다.

"따분한 국어수업과 교과서는 이제 그만. " 교과서에 밑줄 긋고, 칠판에 적힌 내용을 노트에 베껴 쓰는 고리타분한 국어 수업이 사라진지 오래다.

특히 전자 교과서는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힘을 합쳐 수업 결과물을 모두 담아 지난해 8월 만들어 활용해 오고 있다.

여기엔 교사들이 제공하는 핵심 교과내용은 물론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 등과 함께 학생들이 참여한 '다시 쓰는 교과서' 가 들어있다.

기미년 독립선언문을 새천년에 맞게 각색한 21세기 독립선언문, 대통령에게 교육개혁을 촉구하는 신(新)허생전 등 학생들이 참여가 늘면서 전자교과서 용량이 4기가 바이트나 됐다.

게다가 매주 두차례 방과후에 1백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하는 국어과 특기.적성교육 수업은 학교내 컴퓨터 실습실과 학교 밖 'PC 게임방' 에서 동시에 열린다.

예를 들어 국어교과서에 수록된 관동별곡에서 작가가 거처한 지역을 인터넷으로 탐험해보는 가상 체험 수업을 굳이 학교안에서 진행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에서다.

이같은 파격적인 국어 수업은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됐다.

李교사는 "국어라고 하면 대부분 학생들이 재미없다고 생각하고 있어 수업방식을 바꿔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고 말했다.

국어과 교사들은 방과후 시간을 이용해 국어와는 상관이 없는 인터넷 접속.활용법, 웹 문서 작성 기법 등 기초적인 내용을 강의해 먼저 관심을 끌었다.

학생들은 형편상 직접 갈 수 없는 사적지를 인터넷으로 탐험해 관련 자료들을 모아 발표하는 기회를 자주 가지면서 흥미를 갖게 됐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발표한 자료를 정리해 전자 교과서에 담았고, 정보사냥 대회를 열기도 했다.

이 학교 류준혁(18)군은 "인터넷을 통해 수업에 직접 참여하는 일이 많아져 적극성을 갖게 됐다" 고 했다.

李교사 등 국어과 교사들은 국어에서의 인터넷 활용 수업능력을 인정받아 최근 교육부로부터 고교부문 연구활동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李교사는 "아직도 시작에 불과하다" 며 "인터넷을 통한 수업방법 다양화에 나설 계획" 이라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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