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는 변혁중] 시민단체 낙선운동에 대한 말말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낙천.낙선운동에 대한 지지그룹과 비판그룹의 접점은 권력갈등의 관점에서 볼 것인가, 사회정치문화적 변화로 파악할 것인가로 모아졌다.

정치개혁의 당위와 시민의 지지가 강하기 때문에 총론에서는 누구도 이 운동을 부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았다.

문제는 각론이다.

'음모설' 을 비롯해 선거법 위반 부분, 시민단체의 국민의사 대표성이나 공정성 여부, 시민단체의 의도 등을 제기하면서 사실상 당위론까지 걸고 넘어지는 것이 비판론의 핵심. 순수한 의도와 달리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을지도 모른다는 '결과의 패러독스' 도 비판그룹에서 나오고 있다.

물론 지지그룹 내부에도 편차는 있다.

각론에서의 문제점은 없지 않으나 현단계에서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시민단체의 정당성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것이 적극적 지지론의 핵심이다.

반면 비판적 지지론은 예상할 수 있는 결과에 대비해 자기 점검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그럴 때만 의도된 결과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본다.

◇ 지지 그룹

독자 홍재희씨는 "너무 뻔한 것이어서 더이상 찬.반 여부를 묻는 것조차 기성 정치권의 의도에 말려들 수 있다" 며 '시민혁명' 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부분의 독자가 이 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글을 보내왔다. birdfox@hotmail.com은 '한국의 권위주의, 혁명없이는 타파 불가능' 이라는 요지의 글을 보내기도 했다.

특히 '의도하지 않은 결과' 를 들어 비판론을 개진한 유석춘(연세대.사회학)교수에 대한 치열한 반론들이 많았다.

대표적으로 박창훈(재미 유학생)씨는 A4용지 3장에 걸쳐 유교수가 적시한 사실이 잘못 이해된 것임을 일일이 지적하면서 "6월항쟁을 '죽쒀서 개줬다' 는 해석은 몰역사적 이해" 라고 비판하고, '국민의 정치적 역량의 성숙' 이란 관점에서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타날지라도 미래에 보다 나은 희망을 얘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라고 반문했다.

지지론의 핵심은 박호성(서강대.정치학)교수의 한마디, "법보다 정의" 로 요약된다.

이는 시민운동의 정치적.법률적 정당성이나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을 둘러싼 다양한 비판에 대한 기본적인 대응논리다.

총선연대 자문교수단에 참가하고 있는 정대화(상지대.정치학)교수가 "낙선운동이 불법적이긴 하지만 합헌적" 라는 요지로 보내온 글도 같은 맥락.

이런 이유로 이수훈(경남대.사회학)교수의 설명처럼 "비록 내부의 미숙함이 있다하더라도 비판에 앞서 현재로선 시민단체에 도덕적 지지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고 보고 있다.

지지그룹이 가장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이 이른바 '음모설' . 성경륭(한림대.사회학)교수는 "증거도 없이 지역주의적 담합카르텔 구조 내부의 권력투쟁을 부각함으로써 시민의 개혁의지를 희석시키려는 고도의 정치적 술수" 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이들은 이번 운동이 단순한 정치권력 게임이 아니라 "권위주의 권력구조에서 균형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권력이동의 측면에서 해석" (김용학.연세대 교수.사회학)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 비판적 지지 그룹

이와 달리 '정치적 효과' 를 고려해 꼭 성공할 수 있는 현실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비판적 지지그룹의 핵심 요지다.

"권력이동이 쉽지 않다" 는 제목으로 팩스를 보내온 박상필(경희대.NGO대학원)교수가 "합리성이 빈약한 선거문화를 고치기 위해 20, 30대의 실천의지를 가동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고 강조한 것이 대표적인 경우. '우려와 기대' 라는 제목으로 엘리트중심의 운동이 가질 수 있는 한계를 지적한 이준식씨의 팩스도 같은 맥락.

신기욱(미UCLA.사회학)교수도 같은 이유로 이 운동이 성공할 수 있는 더 많은 전략적 고려를 요청한다.

그는 "지역주의 담합구조를 깨고 과연 87년 6월항쟁 이상의 '무혈혁명' 으로 성공하기에는 계급적 기반에 대한 정확한 검토가 필요하다" 고 강조한다.

"만약 이번에 시민운동이 성공하지 못한다면 시민운동 내부의 갈등과 위기가 올 수도 있다" 면서 "이 운동이 중산층의 호응을 받겠지만 노동운동을 배제하는 등 계급적 기반이 약해 결국 급진적 개혁은 어렵게 될 수 있다" 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그룹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정치적 효과' 여부. 김호기(연세대.사회학)교수는 "현재와 같은 지역담합구도 아래서 선거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작용하기 때문에 지역주의를 넘어설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고 지적했다.

따라서 강명세(세종연구소 연구위원.정치학)박사가 "정치의 지역적 담합구조를 깨기 위해선 '도덕적 순수성' 과 아울러 이 운동을 발전시키기 위한 단계적 전략 등 자기점검이 필요하다" 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 비판그룹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이에 따른 낙선운동에 대한 지지는 이 운동의 정당성과는 별개" 라는 것이 비판론자들의 핵심요지다.

그러나 이들의 대부분은 반대론자가 아님을 강조하거나 익명의 경우가 상당수.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서려고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각론 대부분을 비판함으로써 결국 낙선운동의 당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주로 불법성 부분, 대표성 여부, 명단의 공정성 여부(bongyoo@flash.net), 아니면 음모론(seontae1@yahoo.co.kr)을 들고 나오거나 '마녀사냥이나 한풀이' (lamesse@hanmail.net)여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대표적.

비판론자들은 이 운동을 사회동학적.거시적 관점보다 권력투쟁 입장에서 해석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집권세력의 정치프로젝트와 시민단체의 의도가 부합했을 가능성을 내세우는 음모론이 대표적이다.

앞서 유석춘 교수와 함께 김일영(성균관대.정치학)교수도 지적한 '의도에 반하는 결과' 가 이 경우인데, "시민단체의 충정과 국민의 지지는 이해하지만, 프로 정치인들에게 이용될 수 있는 일부 단체의 정치색으로 순수성이 의심받게 될 때 스스로 공멸하게 될 것" 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보였다.

4백여개 단체가 모여 하나의 기준으로 절대화한 것도 비판그룹이 지적하는 대표적 사항. 金교수도 "환경단체의 생각과 달리 지역구민의 개발의사를 반영해야 하는 의원의 경우 과연 의원자격이 없다고 할 수 있는가" 하고 반문했다.

김창호 학술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