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즈워스 파트너 강석주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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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열리게 될 북·미 대화에서 주목할 점은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다시 전면에 나선다는 사실이다. 강 부상은 1990년대 초반 1차 핵 위기를 봉합한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 낸 장본인이다. 2002년 이후의 2차 핵 위기에서는 협상 대표로 김계관 부상을 내세우고 막후에서 협상을 지휘해 오다 이번에 다시 무대 위로 재등장하게 된 것이다. 8월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만남에 배석하는 등 김 위원장의 신뢰가 두터운 실세 외교관료다.

강 부상이 스티븐 보즈워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대화 상대로 결정된 것은 미국 측의 요구를 북한이 받아들인 결과다. 실세 당국자와 대화를 해야 성과를 기대할 수 있고 협상 진행도 빨라진다는 게 미국의 판단이다.

강 부상이 처음으로 북·미 협상에 나선 것은 93년 6월 뉴욕에서 정전협정 체결 이래 40년 만에 열린 고위급 회담에서였다. 20년 가까이 대미 외교를 지휘하고 있는 셈이다.

강 부상과 대좌하는 보즈워스 대표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임명된 베테랑 외교관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리처드 홀브루크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특별대표, 조지 미첼 중동 특사와 더불어 보즈워스에게 특별 대표를 맡겼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무총장과 주한 대사를 지내며 한반도 문제에 깊이 관여한 그는 국무부에서 물러난 뒤에도 민간인 신분으로 여러 차례 북한을 방문했다. 보즈워스 대표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오바마 대통령에게, 강 부상은 김정일 위원장에게 각각 직보가 가능한 위치에 있다. 이번 북·미 대화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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