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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패션사, 앞다퉈 돌아온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독일의 여성복 로렐은 다음달부터 서울 강남의 현대백화점과 갤러리아를 중심으로 다시 영업을 시작한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8월 한국을 떠난 지 2년반 만이다.

로렐은 그예전과 달리 국내 패션 유통업체와 대리점 계약을 맺지 않고 이번에는 현지법인을 만들어 직접 승부수를 띄운다.

97년 11월 역시 한국에서 철수한 오스트리아 여성복 기스바인도 다음달 제동물산을 통해 국내 영업을 다시 시작한다.

외환위기를 전후해 한국을 떠났던 외국 유명 패션업체들이 다시 국내로 몰려들고 있다.

99년 2월 프랑스 여성복 크리스찬디오르가 현지법인을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이탈리아 여성복 업체인 에레오노와 프랑스 여성복 소냐리키엘 등 7개 브랜드가 국내에 다시 들어왔다.

다음달에는 미국 남녀토탈 브랜드 다나 캐런과 이탈리아 여성복 크리지아 등 7개 패션 브랜드가 영업을 시작하는 등 외국 유명 패션업체들이 앞다퉈 복귀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시작 전후에 썰물처럼 한국을 빠져나간 1백60여개 업체 중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업계는 외국 패션업체의 한국시장 재도전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현대백화점 잡화팀 정창인 차장은 "경기가 회복됐다고 판단한 외국 유명 패션업체들이 지난해 초부터 다시 몰려오고 있다" 고 말했다.

외국 패션업체들은 과거와는 다른 형태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외환위기 전에 규모를 가리지 않고 대부분의 국내 백화점에 진출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이나 갤러리아 등 소수 고급 백화점을 중심으로 파고드는 전략을 쓰고 있다.

외국 패션업체의 한국 진출형태는 크게 두 가지. 과거와 달리 국내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직접 영업을 하는 것과 재무상태가 좋은 국내 패션 유통업체를 골라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크리스찬 디오르와 독일의 에스까다 등은 국내 현지법인 설립을 통한 직접영업 방식을 선택했다.

국내 패션 유통업체의 영업방식이나 경영상태가 취약해 97년말 경제위기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다는 판단에서다.

이밖에 프랑스 여성복 브랜드 소냐 리키엘과 끌로드 몬타나는 최근 급부상한 국내 2위의 패션 유통업체 웨어펀인터내셔널과 대리점 계약을 체결, 한국시장에 진출했다.

외국계 홍보대행사 CPR의 김예정 부장은 "외국 패션업체들이 그동안 노하우를 쌓아 이제는 직접 영업하는데 자신감을 갖고 있다" 며 "아직 국내 업체를 통해 영업하는 외국업체도 머잖아 직접 진출을 시도할 것으로 본다" 고 말했다.

한국 시장에 재도전하는 업체들은 매장과 고객관리에도 각별히 신경쓴다. 크리스찬 디오르가 새로 마련한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 명품관 1.2층 매장은 유리로 꾸며진 프랑스 파리의 몽타뉴 거리 매장 스타일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에스까다도 웨어펀인터내셔날 관계자를 수시로 독일 본사에 불러들여 매장을 고급스럽게 단장하는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이들이 마켓팅 대상으로 삼는 계층은 소득계층 상위 3%의 부유층이다.

크리스찬 디오르는 이미 5천명의 고객명단을 확보하고 새 상품이 나올 때마다 우편이나 전화로 알려준다. 패션쇼에 초청하고 고급 식사와 사은품을 제공하는 식으로 단골 고객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고급 정장 한벌에 3백만원선인 에스까다도 지금까지는 30대 중반~40대 중반이 주고객층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20대 후반의 여성 고객이 30%선에 이르면서 젊은층의 취향에 맞는 고급 의류를 매장에 많이 내놓아 취급 품목을 확대하고 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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