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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전용 카지노 확장 시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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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그러나 외국 사람들이 보는 우리나라는 일본과는 한마디로 천양지차(天壤之差)다. 코리아 하면 아직도 전쟁이나 쿠데타를 연상하고, 화염병이 난무하는 시위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우리나라를 꼽는 사람이 많다. 경제적으로는 나아졌다지만 사회적으로 여전히 불안정한 나라라는 인식도 버리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방법은 없을까? 작고한 코미디언 이주일씨가 퍼트린 유행어대로 일단 와서 보게 하면 된다.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고 하듯, 와서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그러기에 최근 들어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이 부쩍 늘어난 사실은 고무적이다. 연말까지 우리나라를 찾을 관광객은 700만 명에 육박할 것이라고 한다. 몇 년 뒤에는 우리도 드디어 관광객 1000만 명 시대를 맞이할 것이다.

물론 관광산업이 이 정도로 성장한 것은 대단한 성과다. 그러나 관광객 수를 획기적으로 늘릴 방법이 있는데도 고정관념 때문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사업이 있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카지노 사업이 그것이다. 마카오는 카지노만으로 일 년에 거의 300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카지노 산업이 관광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카지노 산업이 비단 관광산업에만 파급력이 큰 것은 아니다. 지지부진한 컨벤션산업도 단연 활기를 찾을 것이다. 공연 사업도 활발해질 것이고, 그에 따라 한류도 날개를 달 것이다. 카지노 산업이 국제금융에 미치는 효과도 만만치 않다. 카지노 산업은 연관 분야에 대한 파급력이 크려니와 카지노 자체의 외화 가득률도 높다. 일자리도 많이 만들 수 있다.

이런 이점 때문에 현재 아시아 지역은 이미 카지노 전쟁에 휩싸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카오에는 거대한 중국 시장을 노리고 라스베이거스 자본이 다투듯이 대형 카지노장을 세우고 있다. 청렴국가·도덕국가라는 싱가포르도 카지노 산업에 엄청난 규모의 자본을 투자하고 있다. 일본이나 대만에서도 카지노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카지노 산업이 국가경제에 이바지하는 바가 어느 정도인가는 우리나라에서도 확증된 지 오래다. 40여 년의 연륜을 쌓은 민영 카지노사가 안정적으로 흑자규모를 키우고 있다. 수년 전부터는 관광공사의 자회사 형태로 운영하는 그랜드코리아레저(세븐럭 카지노)가 연간 100만 명의 관광객을 불러들여 8000억원 가까운 거래실적을 올리고 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당기 순이익은 600억원을 웃돌았다.

많은 전문가는 우리나라가 외국인 전용 카지노 시설을 확충하면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 규모를 일거에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주요 고객인 중국인이나 일본인이 가장 접근하기 쉽고 안전한 나라가 우리나라이기 때문에 카지노장의 규모를 키우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규모를 키워야 관광객을 많이 유치할 수 있고, 공연이나 컨벤션, 국제금융 등 연관 산업에 대한 파급효과도 최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내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카지노 산업을 확충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그러나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카지노 산업을 키우는 일은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영종도도, 제주도도 좋다. 아니면 새로 개발한다는 용산지역도 좋다. 그런 곳에 초현대적인 대형 외국인 전용 카지노장을 세우면 관광객이 늘고,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국가 이미지도 훌쩍 격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카지노라고 하면 폭력이나 도박만을 연상하는 것은 한마디로 시대착오다. 아직도 국정감사장에서 그런 낡은 인식을 천연덕스럽게 드러내는 선량이 있다는 건 유감스러운 일이다. 국제사회에서 카지노는 이미 가족 단위의 휴양지향 고급레저로 거듭나고 있다. 카지노의 그런 현대적 진화가 우리나라에서 모범적으로 일어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에 관한 한 그야말로 시간이 돈이다.

김민환 고려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