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미술가 서혜영 '밀실과 광장'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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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넘쳐나는 정보의 물결 속에 사생활의 울타리는 점점 낮아진다. 광장이 돼버린 방은 더 이상 '나만의 공간' 이 아니다.

밀실을 갈구하는 사람들의 욕망은 부풀어오른다. '밀실과 광장' 을 주제로 설치미술가 서혜영(32)씨가 오는 19~28일 서울 팔판동 갤러리 인에서 개인전을 연다.

전시장 한가운데에는 합성수지와 철 파이프로 만든 벽이 세워진다. 높이 2m가 넘는 커다란 벽으로 4개의 방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완전한 방은 아니다. 통로를 통해 4개가 서로 연결돼있기 때문. 각자 독립된 상태이면서 동시에 연결돼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혼자만의 공간인 밀실이 여러 명의 공간인 광장으로 확대됨을 암시한다.

구석에는 타조알이 주렁주렁 매달린 비디오 모니터가 설치된다. 모니터에는 벽과 벽 속의 광경이 끊임없이 비춰진다.

감시당하는 느낌이다. 꼭꼭 숨으려 사방에 벽을 둘렀지만 기술 문명 앞에서 인간은 속수무책이라는 메시지다. 타조알은 어쩐지 자궁을 연상시킨다. 남이 들여다볼 수 없으니 '밀실' 의 극치인 셈이다.

작가는 속을 비우기 위해 타조알에 구멍을 뚫었다. 때문에 은밀한 장소가 돼야 할 알은'관람객이 들여다볼 수 있는 ' '광장' 으로 변질됐다. 작가는 밀실과 광장을 변환시키는 '보이지 않는 손' 을 정보의 공유, 과학 기술의 발달 등으로 꼽고 있는 것 같다. 02-732-4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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