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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학교장의 ‘교사 방출권’ 엄포로 끝나선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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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서울시교육청이 수업 능력이 떨어지거나 비위를 저지른 중·고교 교사에 대해 내년 3월부터 학교장이 언제라도 전출시킬 수 있도록 한 인사관리원칙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그동안에는 현저하게 문제가 있는 교원이라도 상·하반기 정기 인사 때까지 교단에 머물러 있었다. 이번 인사원칙은 쉽게 말해 자질이 떨어지는 교사의 경우 교단에 발붙이기 어렵게 하겠다는 것이다. 수업의 질(質)을 높이고 학생수업권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그동안 학교장들은 냉가슴을 앓아온 게 현실이다. 학교정보 공개와 학교 선택제 등 교육 수요자를 위한 조치는 나왔지만, 학교 운영자에게 상응한 권한이 주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학교의 실상이 낱낱이 밝혀지고, 학생과 학부모들이 ‘좋은 학교’를 선택하는 상황에서 학교장에게는 ‘철밥통’을 깰 수단이 없었다. 툭하면 집단행동에 나서고 학력평가를 거부해도 뾰족한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제 학교장은 ‘수우미양가’로 매겨지는 근무평정에서 부진한 교사를 언제라도 내보내고, 정기인사에서는 전입 교원의 20% 내에서 좋은 교사를 직접 요구할 수도 있게 됐다. 교원평가에서 ‘미흡’ 판정을 받은 교사는 6개월간의 장기 집중연수를 받아야 한다. 교육당국은 내년도 평가가 끝나면 적어도 300~400명의 교사가 장기연수를 받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조치도 자칫 엄포로 끝날 우려가 있다. 사실 지금도 학교장에게 비정기 전보(轉補) 권한이 있지만, 사유가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명무실했던 것이다. 따라서 내년 3월 이전까지 누구라도 납득할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철저히 시행하는 게 중요하다. 또한 이번 개정안이 전체 40만 교원 중 15만8365명의 국공립 중·고교 교사들만 대상으로 한 것은 아쉽다. 초등교원까지로 확대해야 마땅하다.

학교장은 권한이 막강해진 만큼 책임도 막중하다. 그 책임은 바로 공교육을 바로 세우는 것이다.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외고나 사교육 문제도 결국은 공교육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번 조치가 무사안일에 빠진 교단에 회초리로 작용해 공교육이 미래세대 교육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