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강 사업 환경영향평가 미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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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하지만 환경 훼손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착공 시기를 정한 상태에서 일정에 쫓겨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다 보니 검증 작업이 생략되는 등 정밀하게 평가가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수처리시설 등에 3조9000억원 투자=4대 강을 맡고 있는 각 지방국토청이 지난달 말 각 지방환경청에 제출한 환경영향평가 보고서 보완자료(수질예측 모델링 결과)에 따르면 2012년 4대 강의 수질은 지금보다 개선될 것으로 예상됐다. 가축분뇨처리장·하수처리시설 등에 3조9000억원을 투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도권 2000만 주민의 식수원인 팔당댐 수질은 4대 강 사업이 완료되더라도 좋아지지 않을 전망이다.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 기준으로 2006년 1.2ppm인 수질이 2012년에도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 구역에는 수질 개선에 필요한 예산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탓이다.

국토해양부의 의뢰로 수질 예측을 맡은 국립환경과학원은 올 5월 수질 개선 예산을 6조6000억원으로 예상하고 수질을 예측했다. 그러나 관련 예산이 3조9000억원으로 삭감됐다.


◆보 건설 따른 수질 변화 ‘오리무중’=환경과학원은 수질 예측 결과를 발표하면서 16개 보(洑)의 건설과 운영이 수질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토부로부터 홍수철과 가뭄 때 보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받지 못했다. 갈수기 때는 보의 수위를 2m 낮춰 운영한다는 정도다. 보로 인해 강이 호수화되면 물속에서 질소·인 등이 녹아 나온다. 이로 인해 조류가 번식하는 부(富)영양화 현상이 생긴다. 수질이 나빠질 수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한 검토가 없다.

관동대 박창근(토목공학과) 교수는 “갈수기 때 보 운영 규칙도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보 건설로 수질이 개선된다고 하는 정부의 예측을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충남대 서동일(환경공학과) 교수는 “(보를 건설하면) 물의 체류 시간이 늘어나고 조류가 번식해 엽록소 농도가 증가하게 된다”며 “국립환경과학원이 부영양화 정도를 나타내는 엽록소 농도를 예측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금강유역환경청은 전문가 자문회의를 아예 열지 않았고, 영산강유역환경청은 회의는 열었지만 수질 예측 결과에 대한 논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영산강환경청 송기판 환경영향평가과장은 “수질 개선 투자나 수질 예측은 환경부 본부와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직접 맡고 있기 때문에 지방청이나 자문위원들이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습지 최대한 보전=환경부는 4대 강 개발사업으로 54개의 습지가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환경부는 이 중 보전가치가 높은 습지는 원형을 보전하고 대체 습지 84곳을 조성하도록 국토부에 요구했다.

환경부는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흙탕물이 수돗물 취수장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한 방안도 국토부에 제시했다. 강바닥을 파는 준설공사를 여러 구간에서 동시에 진행하더라도 최소한 2㎞ 이상의 간격을 유지하도록 관리하라는 내용이다.

환경부 정연만 자연보전국장은 “국토부에 요구한 내용이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철저한 사후관리를 해 나가겠다”며 “현재 4대 강별로 운영 중인 환경평가단을 사후관리 조사단으로 개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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