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쓰는 사람 벌써 1000만 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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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으로 시작하는 번호를 가진 휴대전화 가입자 수가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1월 도입된 뒤 15개월 만에 국내 휴대전화 시장이 통합번호(010) 시대를 맞은 것이다. 유일하게 1000만 명 대 가입자를 가진 '011'은 1988년 서비스에 들어간 뒤 11년 만에야 1000만 명을 돌파했었다.

정보통신부는 지난달 말 현재 010 가입자가 1059만 명에 달했다고 5일 밝혔다. 이달 말엔 1100만 명에 육박해 011(1300여만 명)을 바짝 뒤쫓을 전망이다. 국내 전체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4월 말 현재 3700여만 명(016은 600여만 명, 019는 300여만 명)이다.

정통부 김동수 정보통신진흥국장은 "번호이동성 제도(010통합번호 등)가 성공적으로 정착되고 있다"며 "이런 추세라면 이르면 2008년께 대부분의 휴대전화가 010으로 통합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해 1월 시행한 번호이동성 제도는 ▶새로 휴대전화에 가입하는 사람은 무조건 010 통합번호를 받고 ▶기존 고객은 010으로 번호를 바꾸거나, 아니면 기존 번호를 유지하면서 통신회사만 옮길 수 있게 한 정책이다.

한양대 장석권(경영학)교수는 "선발업체의 '번호 로열티'(고객들이 처음 쓰던 통신회사의 번호를 계속 선호하는) 현상이 사라져 후발업체도 서비스로 승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얻는 혜택도 많다. 010을 평생번호로 가지면서 통신 회사는 수시로 바꿀 수 있다. 또 서비스 회사가 달라도 010끼리 전화를 걸 때엔 010은 생략하고 뒷번호 7~8자리만 눌러도 된다. KTF 표현명 마케팅부문장(부사장)은 "010은 새로운 트렌드와 속도감.편리함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에서 특히 인기"라고 말했다. 개인정보(서비스 회사)를 숨길 수 있는 데다 업체들의 판촉 경쟁이 치열해 새 단말기를 싸게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010 정책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이다. 최근 휴대전화 이용자 모임인 세티즌닷컴이 네티즌 218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5%가 번호이동성 제도를 좋게 생각했다. 다양한 서비스 선택권(52%)과 요금인하 등 혜택(22%)이 주로 꼽혔다. 이에 따라 SK텔레콤.KTF.LG텔레콤 등 이동통신업체들은 고객 유치 전략을 자사 고유번호(01×)에서 통합번호(010)로 바꾸고 있다. SKT는 '스피드 011'에서 'SK를 쓴다는 것'으로 광고 문구를 바꾸었다. KTF는 '모두의 010, 모두의 KTF'가 마케팅 모토다. LGT는 번호광고 없이 서비스 품질을 강조하는 '폰앤펀' 마케팅을 시작했다.

정통부 양환정 통신이용제도과장은 "번호의 의미가 줄어들면서 이통업체들이 마케팅.광고의 초점을 기존의 '번호 알리기'에서 '통화 품질'로 옮겼다"고 말했다.

산업적으로도 010은 삼성.LG.팬택 등이 만드는 휴대전화 단말기 시장을 키우고 있다. 교체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위성 멀티미디어 이동통신(DMB)등 새로운 서비스에는 첨단 제품이 필요하지만 010 마케팅에는 가격이 싼 기존 모델도 잘 먹힌다"고 말했다. 번호이동성 제도는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이동통신 선진국인 미국.일본.독일 등은 2000년을 전후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

이원호.이희성.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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