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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S급 인재' 김병국이 움직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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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삼성전자의 해외 브랜드 마케팅 사업을 총괄하던 고위 임원이 경쟁사인 인텔로 자리를 옮긴다. 삼성전자는 6일 해외마케팅실장 겸 디지털솔루션센터장인 김병국(50.사진) 부사장이 사직한다고 밝혔다. 김 부사장은 세계 최대의 반도체 회사인 인텔의 마케팅 책임자로 갈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 측은 이날 김 부사장의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세계적인 마케팅 전문가와 일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혀 김 부사장의 영입을 사실상 시인했다.

김 부사장의 이적이 관심을 끄는 것은 지난 5년간 삼성전자의 글로벌 전략에서 그가 담당해온 역할 때문이다.

하버드 경영학 석사 출신인 그는 미국 벤처업계에서 일하다 1999년 말 삼성의 인재 분류 등급 중 최고인 'S급'으로 스카우트됐다.

영입 직후 윤종용 부회장이 "그를 흔들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간부들에게 '경고'했다는 일화가 세계적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에 소개될 정도로 삼성이 공들인 사람이다.

실제로 그는 해외 마케팅 분야에서 실력을 행사했다. 삼성전자에 5년 동안 있으면서 100억달러를 들여 200여개 국가에서 활기찬 마케팅 활동을 폈다.

김 부사장은 또 AOL-타임워너, 냅스터 등 세계 유수업체와의 제휴를 이끌어 냈고 영화 '매트릭스 2'에 삼성전자가 만든 '메트릭스폰'을 등장시키는 등 마케팅 전문가로서의 수완을 발휘했다. 이런 노력 등이 어우러져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는 2000년 초 52억달러에서 지난달에는 소니와 대등한 수준인 126억달러(인터브랜드 추정)로 뛰어올랐다. 2002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김 부사장을 '15인의 글로벌 기업인'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의 갑작스러운 이적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5년간의 계약기간이 끝남에 따라 개인적 결정을 내렸을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삼성전자의 한 인사담당 관계자는 "미 국적을 가지고 있는 김 부사장이 미국인답게 전직을 자유롭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글로벌 마케팅 전문가가 느닷없이 경쟁업체로 옮기는 것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도 만만찮다. 일부에서는 인텔이 플래시메모리 등에서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는 삼성전자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김 부사장의 후임에 이종석(그레고리 리)씨를 영입했다. 이씨는 40대 초반으로 미국 코넬대 경영경제학을 전공한 뒤 P&G.켈로그.존슨&존슨 등에서 일해온 마케팅 전문가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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