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입시부정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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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검찰수사를 통해 체육특기생의 선발을 둘러싸고 고교감독-대학감독-학부모로 이어지는 체육계의 '검은 사슬' 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체육특기생의 입시 비리는 지난해 아이스하키.축구.농구계에서 유사한 비리가 적발되는 등 체육계의 고질적인 병폐로 꼽혀왔다.

이번 수사에서는 2개 고교에서만 부정입학 선수가 24명이나 적발되는 등 금품수수 관행이 매우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체육계 대학입시 부패 고리에 지명도가 높은 상위권 대학과 유명 고교의 야구팀 감독들이 대거 연루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더해 주고 있다.

◇ 실태〓검찰수사 결과 특기생 입학을 미끼로 거래되는 돈은 대학 유명도에 따라 등급화돼 있어 상위권 대학의 경우 8천만~1억원, 서울 소재 기타 사립대학은 5천만원 내외, 지방 소재 대학은 2천만~3천만원에 이른다.

어떻게 해서든 자식을 대학에 보내겠다는 학부모들의 그릇된 욕심이 빚어낸 '준비된 병폐' 라고 할 수 있다.

학부모들은 고교야구 감독이나 대학감독들에게 보다 효과적으로 로비를 펼치기 위해 앞다퉈 선수 학부형 회장 등의 감투를 맡으려 경쟁을 벌였다.

심지어 대학 감독에 대한 로비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살고 있는 전셋집을 내놓거나 외판원으로 나선 학부모까지 있었다.

부정입학자의 대다수는 진학후 부진한 성적으로 운동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 결국 다른 선수들의 교육기회만 박탈하는 결과를 낳았다.

◇ 수법〓스타 플레이어와 실력이 부족한 선수 2~3명을 한데 묶어 진학시키는 전형적인 '끼워넣기' 방식이었다.

실력이 모자라는 선수의 학부모들은 그 대가로 우수선수의 학부모에게 수천만원을 지불했으며, 이 비용은 대학측이 유명선수를 데려오기 위한 스카우트 비용으로 사용됐다.

배임증재 등의 혐의로 구속된 학부모 金모(45.여)씨는 고교 야구선수인 아들을 '끼워넣기' 식으로 대학에 입학시키려다 좌절되자 직접 고려대 감독을 접촉, 1억원의 뇌물을 주고 아들을 야구특기생으로 진학시켰다.

이 과정에서 쌍방울 레이더스 감독을 지낸 H씨(전 S고 감독) 등 유명 고교야구 감독들이 대학 감독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브로커 역할을 했다.

검찰 관계자는 "대학 감독들이 이런 과정을 통해 조성된 돈을 야구단 운영비와 유명선수들의 스카우트 비용으로 썼다고 말하지만 개인적으로 유용한 액수도 상당수에 이를 것" 이라고 말했다.

◇ 문제점〓선수의 실력과 상관없이 소속팀이 8강에만 진출하면 체육특기생의 전형자격이 충족되는 등 선발기준이 모호한데다 선발 권한이 감독 등 소수에게 집중돼 있는 것이 비리를 조장하고 있다.

대학측의 빈약한 예산지원도 비리의 원인이 되고 있다.

팀 운영경비나 우수선수 스카우트 비용에 대한 학교 당국의 지원이 형편없어 사실상 학교측의 묵인 아래 대학 감독들의 금품수수가 공공연하게 이뤄져왔다는 것이다.

체육계 인사들은 "형식적인 자격기준 외에 출전 타석수나 투구수 등이 포함된 실질적인 기준을 추가하고 대학 전형위원회의 활동이 강화돼야 한다" 고 지적했다.

검찰수사 결과 학부모들이 대입 전형기준인 8강에 들기 위해 학부모회 명의로 시합당 1백만원 가량을 심판들에게 관행적으로 상납해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성탁.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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