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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유통업 공룡의 고민 … 새 출구 찾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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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롯데마트 서울역점이 5일 가전매장을 재단장했다. TV·냉장고 대신 카메라나 MP3 같은 디지털 가전을 주로 취급한다. 고객이 작동해 보고 구매할 수 있도록 꾸몄다. [연합뉴스]

롯데마트 서울역점이 5일가전매장을 통째로 바꿨다. TV·냉장고 같은 생활가전을 팔던 매장을 노트북·카메라 등 디지털 가전 위주로 재단장했다. 소비자 선택 방식도 변경했다. 예전에는 진열장에 제품을 넣어뒀었다. 그런데 이제는 모든 상품을 소비자가 만져보고 조작해보며 고르도록 했다. 매장 면적과 제품 종류는 두 배씩 늘었다. 왜 느닷없이 그랬을까.

요즘 대형마트가 위기다. 2003년만 해도 대형마트는 전체 매출액 18조3000억원으로 백화점(17조8000억원)을 누르고 최대 매출업태로 부상했다. 그러나 점포 수가 지난해 394곳으로 늘어나면서 매출신장률이 주춤하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새 점포가 생기면 다른 회사뿐만 아니라 같은 회사의 기존 점포까지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세계 금융위기로 소비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올 들어 백화점은 웃고 대형마트는 우는 현상이 뚜렷하다. 10월에는 대형마트 매출이 반짝 올랐지만 추석 특수 덕이었다. 온라인 쇼핑몰의 성장도 마트의 위기를 촉발하고 있다. 신세계 유통산업연구소 오동열 과장은 “대형마트는 현재 ‘성장의 변곡점’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마케팅이나 상품차별화 전략을 원점에서 다시 고민해야 돌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롯데가 가전매장을 확 바꾼 것도 경기 침체로 가전 매출이 눈에 띄게 줄어서다. 단가가 높은 가전은 마트 전체 매출의 7~10%를 차지했다. 하지만 불경기로 결혼을 미루는 이들이 늘고 이사 때도 가전제품을 바꾸지 않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타격을 입었다. 명품 매출이 큰 백화점은 가전이 흔들려도 괜찮지만 마트는 가전매장을 개편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랐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래서 요즘 대형마트는 중장기 로드맵을 다시 짜느라 분주하다. 첫째가 제품 경쟁력을 높이려는 움직임이다.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는 최근 유통업체 자체 브랜드 제품의 재편 계획을 앞다퉈 발표했다. 제조업체 제품을 파는 것보다 마진이 높은 자체 상품 비중을 대폭 늘리겠다는 내용이다. 이마트가 미국 LA와 베트남 호찌민에 상품조달 사무소를 신설하고, 롯데마트가 완구전문점 토이저러스를 2012년까지 20곳 이상 새로 입점시키기로 한 것도 상품 차별화 조치다. 홈플러스 설도원 전무는 “보험 등 금융서비스를 매장에 도입했는데, 기존에 없던 서비스를 계속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각종 할인행사 대신 ‘언제나 저렴한 가격에 파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주기 위해 제품 용량을 대형화해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세웠다.

자체 인터넷 쇼핑몰도 강화한다. 물건을 보지 않고 사는 온라인 쇼핑몰과 달리 오프라인 매장이 있는 점을 활용할 생각이다. 이마트는 내년 초 이마트몰을 재단장하고 상품을 당일 배송한다. 롯데마트는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전담 직원이 매장에서 장보기를 대행해 집까지 가져다 준다.

장기 목표는 해외시장에 맞춰져 있다. 지난달 중국 대형마트 업체를 인수한 롯데마트는 중국 63곳, 인도네시아 19곳, 베트남 한 곳에서 점포를 운영하게 됐다. 내년에 중국 10위권 진입이 목표다. 중국에 22개 점포를 운영 중인 이마트는 2013년까지 88개 이상의 점포망을 갖추겠다고 밝혔다.

김성탁·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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