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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가게] "전세계 기념품 총출동 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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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4일 아름다운 가게 안국점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4일 오전 9시30분 서울 종로구 안국동 아름다운 가게 안국점. 정복 차림의 대한항공 스튜어디스 네명이 1층과 2층을 부지런히 오르내린다. 1층에는 러시아 전통 인형 마트료슈카, 털이 북실북실한 일본의 탈, 아프리카의 목각 수공예품 등이 가지런히 정리돼 있고 2층엔 각종 위스키와 중국 전통술, 명품 넥타이, 가방, 구두 등 수백여점이 진열돼 있다.

"승무원들이 세계 각국에서 모은 기념품 2400여점을 내놨어요. 한진그룹 3만여 임직원이 기증한 물건이 9만점을 넘습니다."

줄을 길게 선 시민들을 가게 창문 너머로 바라보던 2004년 대한항공 스마일 프린세스 정현선(22)씨는 "태국 푸케트에서 산 코끼리 문양 가방을 기증했다"며 "내게 필요없는 물건이 어려운 이웃에게는 희망이 된다는 게 신기하다"고 활짝 웃었다.

한진그룹(회장 조양호) 15개 계열사와 3개 재단은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아름다운 가게(공동대표 박성준.손숙.윤팔병)의 전국 24개 매장과 움직이는 가게가 출동한 김포공항, 인터넷 경매사이트인 생생몰 등 26곳에서 '아름다운 토요일'행사를 열었다. 아름다운 가게 전 매장에서 동시에 행사를 벌인 것은 금호그룹.LG전자에 이어 세번째. 이날 하루 매출액은 6800만원으로 최고 기록을 세웠다.

시계와 자개함을 내놓은 조 회장을 비롯해 일본 전통공예품을 내놓은 대한항공 이종희 사장, ㈜한진 이원영 사장 등 임직원 400여명은 이날 매장에서 자원봉사에 나섰다.

조 회장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은 (물질이든 정신이든) 남에게 베푸는 일"이라며 "사회와 기업이 상생하는 나눔과 순환의 아름다운 가게 운동을 앞으로 꾸준히 돕겠다"고 말했다.

비행기로 대서양을 처음 횡단한 찰스 린드버그의 대형 사진을 기증한 조지 스나이더 대한항공 안전보안실 전무는 "미국에도 굿윌이나 구세군 등 자선가게가 많지만 이렇게 그룹 차원에서 전사적으로 참여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고 놀라워했다.

이날 매장은 좋은 물건을 싸게 사려는 시민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베르사체 넥타이를 2000원에 구입한 이동호(39.사업)씨도, 취미인 티스푼을 수집하기 위해 아침 일찍 가게를 찾아온 강현숙(66.서울 청담동)씨도 얼굴에 환한 웃음이 가득했다.

이날 김포공항 국내선 2층에 차려진 '움직이는 가게'도 인기 절정이었다. 스마일 퀸 정순이(22)씨를 비롯한 16명의 스튜어디스는 서로 먼저 사겠다고 나서는 시민들을 미소로 진정시켜야 했다. 대한항공 탁구선수로 아테네 올림픽에 출전해 여자 복식에서 은메달을 딴 석은미(28)선수와 여자 단식 동메달의 김경아(27)선수도 올림픽 때 쓰던 라켓과 공.유니폼을 선뜻 내놓은 데 이어 연예인 '듀크'와 탁구 시범 경기를 했다.

한편 한진그룹은 기증품 수거용 박스 1000개를 제작해 가게에 기증한 데 이어 앞으로 계열사 및 공장에도 상설 수거함을 설치하고 매년 1회 이상 물품 기증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정형모.강병철.김은하 기자 <hyung@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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