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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의 세계] 42. 벽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선도수련에서 제기되는 문제의 하나는 이른바 '벽곡(□穀)' 이다.

전통선도에선 '벽곡' 을 두갈래로 풀이하고 있다.

하나는 곡식을 안먹고 솔잎, 대추, 밤등을 조금씩 먹고 사는 것을 일컫는 것이다.

또하나는 절식(絶食)을 말하는 것이다.

전자의 풀이는 생식(生食)과 관련이 있고 후자의 풀이는 단식(斷食)과 관련이 있다.

'용호비결' 에 보면 달마(達摩)가 9년동안이나 면벽(面壁)할수 있었던 것은 '벽곡' 과 '태식법(胎息法)' 을 터득했기 때문이라고 쓰여 있다.

'태식법' 은 모태(母胎)를 통한 숨쉬기를 말하는 것인데 선천(先天)의 진기(眞氣)를 호흡하는 폐기(閉氣)의 경지에 이르면 절로 이루어 진다.

달마가 '벽곡' 과 '태식' 을 함께 했다는 것은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벽곡' 은 단식을 하든 안하든간에 일상적인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인데 그 결과는 음식에서 얻는 기(氣)가 자연히 줄어 들게 된다.

그 부족분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건강이나 수련에서 큰문제가 생기게 마련이다.

그러나 태식법을 통해서 진기를 흡수할 능력이 생기면 벽곡〓절식〓단식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

실제로 선도수련의 진전이 이루어지면 음식섭취의 양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숨쉬기를 통해 '진기' 를 보충할수 있기 때문이다.

함석헌(咸錫憲)의 스승인 다석(多夕)류영모(柳永模)는 세끼음식을 먹는 것은 짐승의 식사법이고 두끼음식은 사람의 식사법 그리고 한끼음식은 신선의 식사법이라고 했다.

그리고 일일일식(一日一食)을 평생토록 했다.

'용어비결' 에서 정북창(鄭北窓)은 숨공부가 숙달되면 '현빈일규(玄牝一竅)' 를 얻게되고 그로 말미암아 태식하고 '화후주천(火候周天)' 도 이루어진다고 했다.

여기서 '현빈일규' 란 하단전의 한구멍 즉 하단전을 강조한 말이다.

노자(老子)는 '현빈' 을 일컬어 하늘(玄)과 땅(牝)이라고 했다.

단전에 하늘과 땅의 기운이 모인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화후' 라고 하면 흔히 불처럼 뜨거운 기운으로 풀이한다.

그러나 화(火)의 참뜻은 마음(心)을 말하는 것이고 나아가서 신(神)을 말하는 것이다.

후(候)는 식(息)즉 숨쉬기의 뜻이고 나아가서 숨쉬기를 고른다고 풀이된다.

따라서 '화후' 란 마음으로 숨을 고른다는 이야기이다.

'주천' 이란 숨기운을 운행(運行)하는 것을 말한다.

이규행 <언론인.현묘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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