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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새천년 도전현장] 1. 세계 하늘 인천으로 통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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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다가오는 새 천년은 한국에도 가슴 벅찬 희망과 도전의 시대다.

단군 이래 최대 프로젝트라는 신공항과 고속철도 건설현장에서, 인터넷과 첨단기술로 세계 제패를 노리는 젊은이와 벤처기업가들 그리고 정보지식산업으로 변신하고 있는 문화현장에서도 새 천년에 거는 기대는 각별하다. 치열한 경쟁 속에 밀레니엄 리더를 꿈꾸는 현장의 도전 전략과 비전을 시리즈로 살펴본다.

'새 천년 동북아시아의 하늘을 우리 품안에' -. 세계 3대 경제권인 동북아의 21세기 관문을 꿈꾸고 있는 인천국제공항이 화려한 비상(飛翔)을 위한 막바지 작업에 분주하다.

인천 율도항에서 뱃길로 불과 15분이면 도착하는 영종도. 서해 어느 곳에나 있는 평범한 섬처럼 보이지만 방조제에 난 신작로를 20분 가량 달리다보면 마치 바다 한가운데 거대한 평야가 떠 있는 듯 착각을 일으키는 장관이 펼쳐진다.

여의도 면적의 20배인 1천7백만평 규모의 신공항 건설현장. 매서운 겨울 바닷바람에도 아랑곳없이 수많은 트럭.중장비.승용차들이 수송로를 분주히 오간다.

이상호(李相虎)인천국제공항공사 건설관리본부장은 "한국.일본.중국의 중심에 있고 북미.유럽을 논스톱으로 운항할 수 있는 최적의 입지" 라면서 "바람 방향도 일정해 비행기 이착륙이 쉽고 양쪽이 탁 트인 바다여서 소음공해문제가 전혀 없으며 필요한 골재를 주변에서 자체 조달할 수 있는 천혜의 땅" 이라고 소개한다.

이런 입지여건을 이용해 24시간 공항을 가동, 동북아 영공을 제패하는 허브(중추)공항으로 탄생하겠다고 포부를 밝힌다.

핵심시설인 활주로(2개)와 여객터미널.관제탑.교통센터 등은 이미 외부골격을 갖췄다.하루 1만7천명 근로자와 2천2백여대의 장비가 동원돼 24시간 구슬땀을 흘린 결과다.

신공항의 명물로 부지 정중앙에 있는 1백m 높이의 관제탑은 외부공사를 마치고 장비를 탑재 중. 길이 1천66m, 폭 1백49m, 연면적 15만평으로 축구장 60개 규모인 여객터미널 역시 유려한 자태를 뽐내며 내부 마감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2001년 1월 1단계 개항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인천국제공항. 9년간 모두 5조8천억원이 투입되는 1단계 공사의 총 공정률은 연말까지 90%로 예상된다.여객터미널을 비롯한 대부분 시설물 공사가 내년 6월이면 완료되며 이후 6개월간 종합시운전을 거쳐 개항한다는 일정이다.

공항건설이 최종 완공되는 2020년에는 연간 이착륙 53만회, 이용승객 1억명으로 세계 5위권 공항으로 부상한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일단 인천국제공항의 개항준비는 공항시설, 즉 하드웨어 면에서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신공항이 승객.화물의 환승 수요를 끌어들이는 허브 역할까지 제대로 수행하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다는 게 여러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특히 공항 주변의 지원기능이 강화돼야 하고 운영과 서비스 등 소프트웨어 부분에서 획기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더구나 일본 간사이(關西), 홍콩 첵랍콕, 중국 푸둥(浦東)등 허브기능을 가진 최신식 대형공항들이 속속 개발되면서 동북아의 영공을 놓고 한판 승부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우선 지적되는 문제점은 지원기능의 미비. 허브공항은 필수적으로 숙박.업무.위락 등 제반기능을 인근에서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쇼크 이후 이런 지원시설에 대한 민자유치가 막히면서 건설이 지지부진하다.

공항 인근에 마련된 국제업무지역은 공항 내부의 건설열기와는 정반대로 적막하기만 하다.5만평 땅에 예정된 시설은 대한항공 호텔 1곳(5백10실)뿐. 공항 종사자를 위한 65만평 배후주거단지도 부지조성은 돼 있으나 분양이 부진하기는 마찬가지. 때문에 개항 초기에는 주변이 썰렁한 공항의 모습을 피할 길이 없다.

98만평의 업무단지를 갖춘 간사이공항이나 무려 1억5백만평의 배후지역을 신도시로 개발하는 중국 푸둥공항과 대조적이다.

신공항 근처에 국제금융센터를 포함한 수천만평의 자유도시를 개발, 세계화의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구상도 재정형편 등을 이유로 무기한 보류된 상태. 교통개발연구원 허종(許琮)박사는 "부가가치를 높이려면 승객과 화물이 머무르면서 돈을 쓰고 가도록 공항 주변에 편의시설을 충분히 갖춰야 한다" 며 "전체적인 공항 주변 여건조성은 정부가 나서 실현성있는 계획을 짜고 끈기있게 추진해야 한다" 고 말했다.

외국 항공사들을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도 부족한 실정이다.인천국제공항공사는 연내에 외국 마케팅회사를 선정, 마케팅을 맡길 계획이지만 이보다는 국가 차원의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어떤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는 것. 최첨단의 시설과 운영체계를 갖추기는 했지만 잘 운영될지는 미지수다.

강동석(姜東錫)인천국제공항 사장은 "종합시운전을 3개월밖에 하지 않아 개항 직후 엄청난 시스템 혼란을 겪은 홍콩 첵랍콕공항의 경험을 교훈삼아 실제 상황에 준하는 종합시운전을 6개월 이상 실시하겠다" 고 밝혔다.

공항의 서비스 수준은 요금과 시설만이 좌우하는 게 아니다.공항.항공사 직원뿐 아니라 세관심사.출입국심사.검역 등을 맡고 있는 정부부처 공무원들의 서비스정신도 중요하다.

이영혁(李英赫)항공대 교수는 "공항 종사자들이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려면 지금처럼 각 기관이 따로 움직이지 말고 이들을 총괄해 관리.운용할 수 있는 기구가 있어야 한다" 고 제시했다.

한국의 21세기를 여는 대역사(大役事) 인천국제공항. 포부가 원대한 만큼 어려움이 따르게 마련이다. 한국이 동북아의 중심에 우뚝 설 수 있는지, 그 국가적 역량이 이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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