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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10년타기 시민운동연합' 임기상 대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기아 카니발 6만9천여대와 현대 EF쏘나타 2만8백여대에 대한 리콜, 연식별로 자동차세를 차등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자동차세 개정안의 국회 발의와 신차 값에 포함된 무상수리 비용 문제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에의 조사 요청 등….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화된 자동차 품질 및 제도상 문제 제기의 배경에는 언제나 한 시민이 등장한다.

'자동차10년타기 시민운동연합' 의 임기상(林寄相.41)대표가 주인공. 서울 문래동에서 11년째 자동차 정비업을 하고 있는 林대표는 '제대로 관리만 하면 멀쩡히 달릴 차들이 폐차되는게 안타까와서' 지난해 1월 시민단체를 만들었다.

"미국인들은 한번 차를 사면 평균 16년, 일본인은 평균 18년 사용합니다. 그런데 우린 평균 8.1년만 되면 폐차시키지요. 이는 분명히 과소비입니다. "

시민운동가로 변신한 林대표가 가장 먼저 벌인 일은 오래된 중고차엔 자동차세를 경감해주자는 캠페인.

선진국과는 달리 모든 연식의 차에 똑같은 자동차세를 부과하는 세제는 개선되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올 봄 행정자치부에 이의 신청을 하고 국회에 입법 청원을 하는 등 발로 뛰며 주장을 펼치더니 결국 지난달 13일 자동차세 개정안의 국회 발의를 이끌어냈다.

林대표의 개정안이 통과되면 5년이상 된 중고차는 10~50%까지 자동차세를 덜 내게 된다.

또 정비 지식을 바탕으로 카니발 디젤.EF쏘나타 액화석유가스(LPG)차량의 결함을 찾아내 각 업체의 자발적인 리콜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보다 품질좋은 차를 만들도록 하는 '감시견(watch dog)'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엔 '오래된 차도 끄떡없이 달릴 수 있다' 는 걸 보여주기 위해 10년 이상된 고령차들만을 모아 총연장 3천㎞에 이르는 논스탑 국토종단에 나서 화제를 모았다.

林대표의 활동이 알려지자 여러 변호사.국회의원 등이 후원에 나서고 30여명의 자원봉사자도 생기는 등 든든한 응원군이 생겼다.

林씨가 본업은 뒷전으로 하고 각종 홍보물 제작, 행사 비용 등에 거의 집 한 채 값을 쏟아붓자 속상해하던 부인도 이젠 적극적인 후원자가 됐다.

현재 林대표가 타고 있는 차는 4대. 모두 정비소를 찾은 고객들이 선물(□)한 차들이다.

43만㎞를 뛰고도 아무 탈없는 80년식 브리사를 비롯해 4대의 연령을 모두 합치면 60년이 넘는다.

林대표에겐 20만㎞를 뛴 88년식 캐피탈이 가장 '새 차' 다.

林대표는 "유럽의 경우엔 10년 이상된 차가 전체의 20~30%에 이르는데 반해 국내의 경우엔 2%에 불과하다" 며 "한번 산 차는 아껴가며 오래 타는 자동차 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 혼자서라도 계속 뛰어다닐 것" 이라고 다짐했다.

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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