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발병 학교 2400곳 넘어서 휴업 안 한 곳선 무더기 결석 사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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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플루 확산을 막기 위해 28일 휴교한 광주시 광산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방역업체 직원이 교실 구석구석 방제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노원구 하계동 H고는 14~16일 전교생을 대상으로 휴업했다. 2학년 한 반에서 3명의 신종 플루 확진 학생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 학교 김효석 교장은 “휴업한 뒤 진정되는 듯하더니 다시 의심환자가 생기고 있다”며 “또 휴업을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 주변은 아파트 밀집지역이고 학원들이 몰려 있다. 김 교장은 “주변 학교에선 하루 의심환자가 100여 명에 이른다”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아무리 조심해도 학원에서 다른 학교 학생과 만나면 소용없다”고 말했다.

신종 플루가 학생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지만 휴교에 대한 지침이 마련되지 않아 일선 학교가 우왕좌왕하고 있다. 특히 다음 달 12일 수능을 앞둔 학교의 교장들은 “고3 학생들 때문에 휴업을 할 수 없는 형편인데도 학부모들은 불안하다며 휴업하라고 아우성”이라며 “차라리 정부가 휴교 가이드라인을 내려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휴업을 안 한 학교에서는 감염을 우려해 무더기로 결석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최근 30명의 확진 환자가 발생한 강남 G초등학교에는 28일 감염 우려 등을 이유로 의심환자를 포함해 70여 명이 집단 결석했다.

하지만 정부는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말이 달라진다. 이날 오전 교육과학기술부는 아파트·학원밀집 지역에 한해 휴교령을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저녁 무렵 “지역별 휴교령을 검토하지 않는다. 대신 지역 학교장들의 재량에 맡긴다”고 말을 바꿨다. 27일에도 같은 일이 있었다. 정부는 신종 플루 대책이 담긴 담화문을 내놨다.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발표하기에 앞서 기자들에게 배포한 담화문에는 ‘지역별 휴교령 검토’가 들어 있었다. 그러나 정작 담화문을 발표할 때는 이 부분이 빠졌다. 확정된 것이 아니어서 삭제한다는 해명을 했다. 정부 각 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만든 대국민 담화문조차 엉망이었던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28일 기자회견에서 “집단 발병된 학교가 2400여 곳이 넘는다”며 “학생들 사이의 전염을 막으면서 확진 환자들에게 회복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는 학교가 1~2주 휴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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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로 휴업한다고 해도 학원·PC방 등 학생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효과를 볼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교과부는 학원에 대해 ‘전염병예방관리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이 휴업을 권고하도록 할 방침이다. 하지만 강제 휴원령을 내릴 수 없어 실효성이 없다는 분석이다.

맞벌이 부부의 자녀를 누가 돌볼 것인가에 대한 대책도 뒤따라야 한다. 서울 종로구 G중 교장은 “급식을 해야 하는 학생들에게는 바우처 형태로 도시락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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