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고체연료 변신 하루 석유 10만L ‘효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5면

다음 달 준공을 앞두고 시운전에 들어간 인천 수도권 쓰레기매립지의 고체연료(RDF) 생산시설에서 시공업체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직원들이 시험 생산된 RDF를 살펴보고 있다. RDF는 쓰레기 중에 불에 타는 성분만을 골라 만든 것이다. [인천=김경빈 기자]

26일 오후 인천시 서구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서울 여의도 면적의 여섯 배(19.8㎢)에 이르는 매립지 한쪽에 커다란 공장 건물 서너 채가 들어서고 있다. 그중 공사가 끝난 한 건물에서는 쓰레기 처리 작업이 한창이다. 트럭이 싣고 온 쓰레기를 기중기가 들어올려 파쇄기로 보냈다. 봉지가 찢기고 쓰레기는 잘게 부숴졌다. 부숴진 쓰레기는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이동하면서 큰 것은 체로 걸러지고, 가벼운 것은 송풍기 바람에 날려갔다. 크기와 무게에 따라 쓰레기가 분류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친 쓰레기는 쇠붙이처럼 불에 타지 않는 것과 비닐·종이처럼 불에 타는 것(가연성 폐기물)으로 나눠진다. 가연성 폐기물은 다시 작게 쪼개져 작은 원통형 덩어리(지름 20㎜, 길이 50㎜)로 뭉쳐졌다. 이것이 쓰레기로 만든 고체연료, 즉 RDF(Refuse Derived Fuel)다.

여기서는 RDF가 하루 200t씩 생산된다. 현재는 다음 달 말 준공을 앞두고 시운전 중이다. 2006년 10월 운영을 시작한 강원도 원주시의 RDF 시설(하루 80t 생산)에 이어 국내에서는 두 번째다. 시운전에서 생산된 RDF의 열량은 ㎏당 4800k㎈이다. RDF 1t은 석유 500L와 맞먹는 에너지를 생산한다. ㈜전주페이퍼와 인천 남동공단의 ㈜이알지서비스가 보일러 연료로 RDF를 사간다.

매립지관리공사 박정현 차장은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자체 실험실에서 월 1, 2회 중금속 성분을 검사한다”고 말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에 2017년까지 1조5106억원을 들여 ‘환경·에너지 종합타운’을 조성 중이다. ▶RDF 생산시설과 건설폐기물 에너지화 시설 등이 들어설 폐자원 에너지 타운 ▶태양광 발전시설이 설치될 자연력 에너지 타운 ▶포플러나무·유채를 재배하는 바이오 에너지 타운으로 꾸며진다.

관리공사 오화수 에너지사업실장은 “쓰레기를 에너지로 활용하면 매립하는 양이 줄어들기 때문에 매립지 수명이 55년 늘어나 2099년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 실장은 “원유 수입대체와 폐기물 처리비 절감, 온실가스 감축효과 등으로 2013년까지 5203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매립지에서 나오는 메탄 가스가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은 이산화탄소의 21배에 달한다. 그래서 메탄 가스를 에너지로 활용하면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상당하다.


이에 앞서 환경부는 올 7월 ‘폐자원 에너지화 계획’을 발표했다. 수도권 매립지 외에도 부산·대구·광주·대전·원주·진주·포항 등 전국 13곳에 환경·에너지 타운을 건설한다는 내용이다. 2013년까지 2조1680억원을 들여 RDF 생산시설, 음식물쓰레기에서 바이오가스를 얻는 시설 등을 설치하게 된다.

환경부 최병권 폐자원에너지팀장은 “에너지의 97%를 수입하고 있는데도 지금까지 폐자원을 활용하는 정책은 걸음마 단계였다”며 “한국은 폐기물 분리수거 체계가 잘 갖춰져 있어 이를 에너지화할 수 있는 여건이 좋다”고 말했다.

서울시립대 동종인(환경공학과) 교수는 “에너지 자원화 못지않게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하는 데도 신경 써야 한다”며 “시설을 설치할 때 주민과 지방자치단체의 참여와 합의과정을 거쳐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찬수 기자 , 사진=김경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