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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반시설 열악한 해운대 신시가지] "新시가지란 말이 부끄럽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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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신시가지라뇨. 빛 좋은 개살구나 다름 없습니다."

지난 96년 6월 입주한지 4년이 다 되어 가는 '꿈의 신도시' 해운대 신시가지 주민들은 교통문제만 생각하면 짜증부터 난다.

버스정류소에는 차양 막이 없어 한여름에는 뙤약볕에 버스를 기다리느라 땀을 흘렸고 요즘에는 쌩쌩 부는 바람 때문에 추위에 떨어야 한다.

교통표지판마저 제대로 없어 처음 오는 방문객은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다. 대중교통수단도 열악하다.

최근 신시가지의 한 지역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8%가 가장 불편한 점으로 '교통' 을 꼽았다.

종합병원도 없다. 문화공간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게다가 무질서하기 짝이 없다.

90만 평의 부지에 3만여 가구, 12만여 명이 살고 있는 해운대 신시가지. 아직 편하게 살기에는 부족한 게 너무나 많다.

◇ 버스 정류소 편의시설 부족〓버스 정류소에는 차양 막이 없다. 따라서 비오는 날 버스 기다리는게 불편하기 짝이 없다. 바람이 많이 부는 겨울철에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 차양 막이 없다 보니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이 앉을 만한 의자도 없다.

해운대 신시가지 내 버스정류소 30곳 중 차양 막이 설치된 곳은 4개 뿐이다.

일산.분당 등 수도권 신도시 버스정류장에는 비.바람.햇볕을 막아주는 차양 막이 없는 곳이 없다.

D아파트에 사는 金영민(45)씨는 "날씨가 추워지는데 노인들이 찬 바람을 맞으며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 보기에도 딱하다" 고 말했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가 최근 실시한 '해운대 신시가지 교통환경 실태조사' 에서도 신시가지에 버스정류장 편의시설이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 부실한 교통표지판〓친구 돌잔치에 참석하기 위해 최근 신시가지 H아파트를 찾은 李준호(33.서구 서대신동)씨. 李씨는 승용차로 신시가지를 두 바퀴 돌고 나서야 물어 물어 겨우 친구 집을 찾을 수 있었다.

해운대 신시가지에 처음 가면서 친구 집 아파트를 도로 표지판만 보면 쉽게 찾아갈 것으로 믿었던 게 오산이었다.

李씨는 "아파트 숲속에서 어디가 어디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고 말했다.

그나마 설치된 도로 표지판도 너무 복잡해 어떤 방향을 안내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을 정도이다.

폭포사 입구 표지판의 경우 화살표로 군부대와 수비로터리 방향을 나타내고 있지만 너무 복잡해 어떤 방향을 가리키는 지 쉽게 짐작하기 어렵다.

송정.기장 방향을 알리는 표지판은 보이지 않는 곳에 세워져 운전자들이 길을 잘못 들어 낭패를 보기 일쑤다.

해운대를 사랑하는 모임 裵정희 총무는 "해운대 신시가지는 비슷한 아파트 건물이 많이 들어서 지역적 특성이 별로 없는 곳이라 운전자를 위한 안내도나 안내 표지판이 필수적" 이라고 말했다.

◇ 열악한 대중교통수단〓신시가지 주민들은 "승용차가 없으면 해운대 신시가지에서는 살기 힘 들다" 고 불평한다. 대중교통수단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12만 명이 거주하는 신시가지를 운행하는 버스노선은 모두 12개. 그나마 좌석버스 노선이 6개나 된다. 서면 쪽이나 시청쪽으로 가는 노선은 2개씩 뿐이다.

시청 쪽 좌석버스 1개 노선은 신시가지 중심가로 들어오지 않고 송정 쪽으로 빠져 버린다. 나머지 1개 일반버스 노선은 오후 10시 이후에는 40분마다 다닌다.

주부 金정애(42)씨는 "대중교통 수단이 부족하고 배차시간도 들쭉날쭉 하기 때문에 서면으로 갈 때는 아예 백화점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고 말했다.

◇ 종합병원 전무.문화공간 태부족〓아직 종합병원 하나 없다. 건축 중인 종합병원도 없다. 부산시가 종합병원을 짓도록 조성한 부지(8천2백 평)의 경우 아직 팔리지 않아 축구장 등으로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병원부지 위치도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바로 옆에 환경단체로부터 '다이옥신 배출' 감시를 받고 있는 쓰레기 소각장이 가동 중이기 때문이다.

문화공간도 제대로 없다. 반듯한 도서관도 찾아보기 힘들다. 기존의 해운대도서관이 있지만 인구 12만 명의 독서욕구나 향학열을 충당하기에는 시설이나 장서가 너무 빈약하다.

부산시교육청이 폭포사 입구 도로변에 시립도서관을 짓기로 하고 부지(1천5백 평)까지 확보했다가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백지화해 버렸다.

좌동사무소 옆에 지을 예정인 문화회관도 아직 착공되지 않고 있다.

해운대구청은 2001년이 돼야 예산이 확보돼 건립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무질서 천국〓신시가지 아파트 단지 주변 빈 곳은 밤이면 트레일러들의 주차장이 된다.

장산 터널과 송정터널 갓길도 밤에 트레일러 주차장으로 변하기는 마찬가지. 상가 밀집 지역은 불법주차와 노점상 천국이다. 상가 주변 도로 1차로는 불법주차한 차들이 차지하고 있다.

불법주차 차량과 노점상들이 뒤엉켜 걸어다니기가 힘들 정도이다.

게다가 쓰레기 소각장 앞에는 시내버스 차고지(부지 4천2백여 평)가 들어서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쓰레기 타는 냄새도 지겨운데 차량 매연까지 맡을 생각을 하니 끔찍하다" 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김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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