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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 피플] '타잔'에 반해 아프리카행 英 제인 구돌 박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광활한 아프리카 대륙 한복판 탄자니아의 곰브 국립공원 탄가니카 호숫가. 동이 틀 무렵인 오전 7시 제인 구돌(65.여)박사가 나타나자 수십마리의 침팬지들이 소리를 지르며 반갑게 맞는다.

구돌은 그 중 몇몇과 손을 잡거나 새끼들을 안아주며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넨다.

구돌박사가 이곳 침팬지와 생활한 지 39년째. 이젠 침팬지 가족이 된 그녀는 최근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janegoodall.org)를 개설, '침팬지 뉴스' 를 게재하고 있다.

오늘은 어미 침팬지 갈라하드와 새끼 그램린의 뒤를 따라다니기로 했다. 밀림 속을 누비며 이들을 쫓아다니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우거진 풀숲을 헤치다 온몸 여기저기에 찰과상을 입기는 다반사. 독충과 독풀도 널려 있다.

점심식사는 침팬지들의 주식인 나무열매. 입에 댈 수도 없을 만큼 시다. 설익은 열매도 많다. 그러나 침팬지들과 친밀해지기 위해선 이들과 함께 식사를 할 수밖에 없다.

서쪽으로 해가 넘어가면 침팬지들은 자신들의 휴식처로 돌아간다. 갖고 있던 나무열매를 건네주자 아기 침팬지 그램린이 고맙다는 표시로 고개를 위로 쳐들고 입을 내밀며 "우-" 소리를 낸다.

영국 남부 본머스에서 태어난 그녀가 처음 야생동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4세 때 아버지로부터 침팬지 인형 '주빌리' 를 선물받으면서부터. 그후 '타잔' '정글북' '닥터 두리틀' 등 TV시리즈를 보며 아프리카 생활의 꿈을 키우던 그녀는 23세가 되던 지난 57년 비서와 식당 종업원을 하며 모은 돈으로 케냐행 비행기 표를 샀다.

그녀는 마침 아프리카 대륙을 횡단하며 고생물 연구를 하던 고생물.인류학자 루이스 리키 박사를 만나 3년간 조수로 일했다.

그리곤 60년 탄가니카 호수 유역에 정착, 본격적으로 야생 침팬지 연구를 시작했다.

침팬지에 접근하기 위해 그녀는 수개월간 밀림을 쏘다니며 그들의 주위를 맴돌았다. 침팬지들이 경계해 도망갈까봐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다. 인내와 끈기를 갖고 자신들을 지켜보는 구돌 박사에게 침팬지들도 차츰 익숙해졌다.

그녀의 침팬지연구는 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 중 침팬지가 나뭇가지 등을 이용, 사냥을 한다는 사실은 인간만이 도구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기존 생물학계에 충격을 안겨줬다.

그 밖에 ▶침팬지도 육식을 하며 ▶얼굴표정과 몸짓.울음소리 등으로 의사소통을 한다 ▶침팬지 집단에서도 서열과 질서가 존재한다는 사실 등은 그녀의 관찰 결과로 새롭게 알려진 것들이다. 특히 먹을 것을 발견하면 '으라-' 하고 길게 빼는 울음소리를 내고, 서열이 낮은 침팬지가 엉덩이를 보여주며 인사를 하면 우두머리 침팬지가 그들을 쓰다듬어주며 답을 한다는 등 '침팬지 언어' 를 이해한 뒤 그들과 대화도 가능하게 됐다.

그녀는 이같은 연구를 토대로 64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아프리카 야생동물의 세계를 다룬 저서 10여권과 자서전도 냈으며 지난 91년엔 '루츠 앤 슈츠' 라는 재단을 만들어 전세계 50여개국 어린이들에게 동물보호의 중요성을 알려왔다.

최근 탄자니아 정부는 자국 국민이 아닌 사람에게는 최초로 '킬리만자로 메달' 을 수여, 그녀의 연구업적을 기렸다.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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