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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시대에 뒤처진 한국 정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뉴 밀레니엄에 맞지 않는 한국 정치는 이제 폐기돼야 한다.

신(新)자유주의와 이를 방어하기 위한 군사체제가 이 시대의 양대축이다. 이 양대축의 가동을 위해 선진국들은 필요한 준비에 착수했다. 대한민국은 이들 선진국에 비해 통일이란 하나의 과제를 더 갖고 있다.

그런데 한국 정치가 이 시대를 이해하는 새로운 정치세력을 성공적으로 새로 결집하지 못한다면 당면 과제들의 해결은 기대할 수 없다.

지금의 우리 주요 정당들은 우리의 과제해결과는 거리가 먼, 하나 같이 지역정당들이다. 지역정당은 이념적으로 어차피 잡성정당(雜性政黨)일 수밖에 없다. 지역에 따라 이념이 다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집권세력은 권력중심이 있기 때문에 그 중심(中心)이 지향하는 이념적 정향성(定向性)이 있으나 야당은 리더십의 취약성 때문에 그것이 매우 미약한 상태다.

이른바 50년만의 정권교체 후에 벌어지고 있는 갈등을 보자. 그것은 '지역적 보복' 과 '이념적 보복' 이다. 이념적 보복은 흔히 '민족주의 좌파' 에 의해 행해지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 해석이다. 인사와 체제에서 기성의 많은 것은 개혁선상에서 급속히 파괴되고 있다. 아마도 여권의 신당수혈이 의도대로 이뤄진다면 '민족주의 좌파세력' 은 더욱 확대될 것이고, 그 결과 제도권을 장악하면 지금 사용 중인 포퓰리즘도 더 이상 필요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계획대로 되는 것도 있고 안되는 것도 있을 것이다. 가령 국제통화기금(IMF)체제라는 엄청난 사태가 없었다면 현정권의 속성상 쉽사리 신자유주의적 규율에 순응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햇볕정책 등 민족주의 좌파도 나름의 대북전략과 목표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소홀히 하는 부분이 있다.

남북문제의 본질은 군사적.정치적 대결이라는 점이 그것이다.

남북간에는 냉전이 엄존함에도 불구하고 민족주의 좌파는 대내외 냉전구조를 조급하게 해체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북한정권의 역습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현 야당은 보수정당임을 자임하고 있다. 그렇다면 분류상 '민족주의 우파' 인 셈이다. 그러나 집권 '민족주의 좌파' 에 대한 치열한 논쟁의식이 상당히 결여된 게 중요한 문제점이다.

물론 햇볕정책이나 보안법문제 등 각론에서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총체적인 이념투쟁을 할 태세는 돼 있지 않다.

여기에는 민족주의 우파가 갖는 보다 근원적인 문제가 있다. 이 점이 야당의 이념적 통합에 장애가 되고 있다. 민족주의 우파는 북한 공산당과 싸우고 경제기적을 이룬 역사적 공적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오랜 군사독재정권의 실질적 지주였기 때문에 정치적 정당성을 상당히 상실했다. 또한 민족주의 우파의 대미(對美)의존적 자세는 일부 좌익적인 젊은층에 주체사상에 대한 공감마저 야기한 것이 사실이다.

이데올로기보다 민족.국가.자주가 우파의 전통적인 강점이다. 그런데 우리의 우파는 그 어느 점에서도 성공적이지 못했다.

그 결과 민족주의 우파는 민족주의 좌파의 질주를 견제할 역량이 태부족하다. 이 점은 분단상황에서 대단히 위험하다.

특히 이보다 더 위험한 것은 좌.우의 경쟁에 이념적 투명성이 없다는 점이다. 여기에도 지역주의가 한몫을 하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념적 민족주의 우파와 이념적 민족주의 좌파가 악수를 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자파(自派)내의 사대적 우파와 통일지상 환상주의적 좌파와 각각 손을 끊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창조적 민족주의를 창출하는 것이다. 3金으로 상징되는 지역주의는 어차피 종점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다소 새로운 대안(代案)을 준비하자는 얘기다.

김철 한나라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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