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 영국 사립학교 장학생 선발- 유학생 적응기

중앙일보

입력

이 달 31일과 다음 달 1일 코엑스에서 열리는 ‘영국 사립학교 초청 장학생 선발’행사에 학부모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화사절단 역할을 겸하는 ‘문화교류장학생’ 등 각 분야에서 학생들을 선발, 장학혜택을 주기 때문. 그러나 장학생 선발이 관심을 끄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장학생이 되면 다른 학생들과의 교류가 많아져 현지 적응에 도움이 된다. 지난해 열린 이 행사에서 영국 LVS(Licensed Victuallers’ School) 장학생으로 선발된 3명의 학생 수기를 통해 그들의 유학 적응기를 살펴본다.

처음엔 우주에 떨어진 것 같은 기분
강민혁(6학년)군

처음 학교 기숙사에 왔을 때는 우주에 떨어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영어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행히 한국 형·누나들이 많이 도와줘 지금은 잘 지내고 있다. 특히 Bonnie가 있어 심심하지 않다. Bonnie는 나보다 어린 한국 여학생인데 자꾸 나를 이기려고 해 날마다 많이 싸운다. 이제부터라도 잘 지내야겠다.

시간이 지나면서 영어도 잘하게 된 것 같다. 선생님이 영리하다고 자주 칭찬해 주신다. 그럴 때 기분이 가장 좋다.

요즘 비밀이 하나 있다. 좋아하는 여학생이 생겼다. 같은 반 친구 Sophie다. 아직 좋아한다는 말은 하지 못했다. 지난번 열린 추석 공연에서 내가 한복 입은 모습을 보고 환하게 웃던 Sophie의 모습이 떠오른다. 할로윈 축제에서도 아직 쑥스러워 고백하지 못했다. 도대체 언제 고백해야 할까. 정말 고민이다. 한국에 가면 Sophie와 친한 친구 몇 명을 우리 집에 꼭 초대하고 싶다. 엄마와 아빠가 꼭 허락해 주셨으면 좋겠다. 한국 음식이 얼마나 맛있는지 꼭 알려주고 싶다. 

장래에 유능한 엔지니어 꼭 되고싶어
김나리(12학년)양

영국에 온 처음 며칠 동안은 환경도 사람도 모두 낯설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하지만 이곳 아이들에게도 입시 스트레스가 있고, 그것을 대부분 친구들과의 수다로 푼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서서히 적응이 됐다. 지금은 나도 친구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고 조용히 요가도 하면서 몸과 마음을 다잡는다. 영국의 고등학교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과목을 3~4개 선택해 2년 동안 집중적으로 공부한다. 나는 수학·물리·화학 과목을 선택했다. 좋아하지 않는 분야는 굳이 할 필요가 없어 오히려 공부가 행복하다. 여기서는 모든 학생들이 과외 활동을 한다. 나는 그 시간 중 일부를 초등 기숙사에 가서 어린 학생들과 보낸다. 그들에게 책도 읽어주고 숙제도 봐 주는 봉사 활동을 한다.

나의 첫 번째 목표는 Imperial College에 들어가 엔지니어링을 전공하는 것이다. 그 후 유능한 엔지니어가 돼 인간 생활에 편리한 도움을 주는 일들을 해보고 싶다. 나는 이 꿈을 이곳 영국에서 이루기 위해 지금 최선을 다해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태극기·무궁화 설명할 땐 가슴이 울렁
안제원(8학년)군

처음에 힘들기만 하던 학교생활이 재미있다고 느껴진 건 영국 친구인 룸메이트 Henry와 친해지면서부터다. Henry 덕분에 다른 친구들을 사귀고 기숙사가 내집처럼 편안하게 느껴졌다. 입학한지 한 달 만에 생일을 맞았는데 친구들이 많은 선물을 주었다. 편지, 과자, 초콜릿…. 내가 영국 아이들에게 친구로 인정받는 기분이었다.

얼마 전 추석에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선생님들과 함께 한국 추석 행사를 했다.그 날 한복을 입을 때 정말 창피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국 친구들이 한복이 신기하다며 환호성을 지르더니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친구들에게 한복도 입혀보고, 잡채, 불고기, 떡, 김밥 등을 나눠먹으며 즐거운 저녁시간을 보냈다. 태극기와 무궁화를 설명할 때는 가슴이 약간 울렁거렸다. 처음엔 친구들이 한국이 어디 있냐고 물어보면 지구본을 돌려가며 설명했는데, 이제는 많이 알려진 것 같아 뿌듯하다.

이런 멋진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게 해 주신 부모님께 늘 감사한다.

< 김지혁 기자 mytfact@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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