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일의 소설 '정도전'] 역동적 인물 재조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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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소설에 등장하는 정도전은 생기 있다. 열정적인 목소리의 울림, 천하를 뒤흔드는 분출하는 에너지가 격동하는 역사의 정점에서 실감나게 전해지는 것이다.

소설가 임종일(40)씨가 쓴 장편역사소설 '정도전' (한림원.1~4권 각 권 8천원)은 정도전의 삶의 궤적을 쫓으면서 고려말과 조선초로 이어지는 역사적 맥락을 깊이 있게 짚고 있는 작품이다.

"고려말 당시 정도전이란 인물이 없었다면 민족사는 분열과 혼란 속에서 몇 백년을 더 후퇴했을 것" 이라고 단언하는 작가는 이 소설에서 정도전의 실체 보기를 시도한다. 그래서 소설이지만 가상 인물이나 사건을 도입시키지 않고 대신 92년부터 시작한 정도전 저서와 학술논문.관련서적의 분석을 토대로 철저히 사실(史實)에 입각한 글을 써나가고 있다.

여기에 소설 배경이 되는 장소를 직접 찾아 다닌 꼼꼼함과 모순된 현실에서 분노와 허탈에 빠지지 않고 희망을 찾으려 했던 정도전을 발견하고 있는 작가의 의욕은 소설을 풍성하게 하는 요소들.

또 고려의 정치.군사제도, 홍건적의 발생과 소멸, 단오날의 민속놀이 등 역사적 사실들의 바탕 위에 펼쳐지는 작가의 과감한 추리력과 상상력은 소설적 재미를 더해준다. 최종편인 5권은 내달 출간될 예정이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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