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6인조 밴드 '긱스' … 정원영·한상원등 호화멤버가 한그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8면

정원영.한상원.강호정.이적.정재일.이상민. 쟁쟁한 연주인들이다. 이 6명이 그룹 '긱스' 를 결성했다.

긱스? 이 이름을 짓는데 상당히 고민했다. '그룹이름' 과 발음이 비슷한 '그루비룸' (Groovy Room-흥겨운 방), 멤버들 이름에 '정' '상' '적' 중 한글자는 꼭 들어가는 점에 착안한 '정상적 밴드' , 비틀스의 명반 '페퍼 상사의 고독씨 클럽밴드' 를 본딴 '김상사 밴드' 까지 등 묘안(?)이 속출했다.

그러다 갑자기 정답이 나타났다. 누군가 "그냥 '빅' 이 어때?" 라고 말하자 이를 잘못 알아들은 이적이 "뭐? '긱' ?" 이라 반문했고 그 순간 좌중은 박수를 쳤다.

사전을 찾아보니 '긱(Gig)' 은 바로 '역동적인 연주' 란 뜻이었다. 운명적이다.

퓨전 재즈 피아니스트 정원영과 펑크.블루스에 탁월한 기타리스트 한상원은 국내 재즈계를 리드해온 중견. 윤도현밴드 건반주자였던 강호정은 독일 베를린 음대출신의 엘리트로 펑크와 테크노에 능하다.

또 인기듀오 패닉 출신의 이적(보컬)은 작사력이 뛰어난 싱어송라이터. 정재일(베이스).이상민(드럼)은 짧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당찬 연주력과 작곡솜씨를 자랑하는 무서운 신인들이다.

'긱스' 는 이름 그대로 연주음악의 진수를 보여준다. 14곡이 수록된 데뷔음반은 록을 기반으로 블루스와 펑크를 넘나드는 신명나는 음악을 추구했다.

장난스러운 느낌의 머릿곡 '노올자!' 부터 '챔프' '날개' 등 듣는 이의 속을 시원하게 틔워주는 록.펑크넘버, 그리고 우아한 발라드 '만월광풍' 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이 밴드는 멤버간의 나이차가 최고 22년이나 난다.

'또래끼리' 의 관행을 거부한 '세대파괴' 가 오히려 신선하다. 음악적으로도 선배의 경륜과 후배의 에너지가 결합돼 강력하고 맛깔난 시너지효과를 낸다.

이적은 패닉 시절 목소리에 배어있던 당분(糖分)을 빼고 사뭇 록적인 스타일로 부른다. 예쁘고 말랑말랑한 선율이 특징이었던 정원영도 그답지 않게 거친 스타일의 곡을 지었다.

한상원과 강호정은 평소 좋아하던 펑크 선율을 구사하고 있지만 여기에도 다른 멤버들의 색깔이 섞여들어 과거 음악과는 다른 느낌을 낸다.

전반적으로 리듬감이 강하며 구성이 탄탄하다. 게다가 조지 벤슨 등의 음반을 만든 미국인 재주꾼 제프 카왈릭의 믹싱작업도 치밀하고 깨끗하다.

그러나 대중가요답게 어느 한 대목에서 결정적으로 듣는 이를 잡아끄는 소위 '포인트' 는 잘 띄지 않는다.

음악적 완성도에 비해 대중적 반응이 어떨지 궁금해진다.

긱스는 오는 26~28일 서울 정동문화예술회관에서 데뷔 기념 공연을 펼친다. 080-337-5337.

음악성:★★★★

대중성:★★★

(★ 5개 만점. 평가 : 중앙일보 가요팀.가요평론가 송기철)

강찬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