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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사흘째 '뿌연 아침'…서울등 중부 곳곳 '視界 0'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시계(視界) 0' 에 가까운 짙은 가을 안개현상이 연일 전국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8일 오전엔 중부지방 곳곳에서 앞을 내다볼 수 있는 거리가 고작 10여m밖에 안되는 등 최악의 안개로 곳곳에서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했으며, 공항마다 무더기로 항공기 결항 사태가 빚어졌다.

또 서울 등 대도시지역에서는 자동차 배기가스에 뒤섞인 안개로 인해 출근길 시민들이 호흡곤란.불쾌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극심한 안개가 9일에는 나타나지 않겠다" 며 "그러나 지난 30년 기록을 보면 11월 중 전국 10대 도시에서 안개가 평균 27회(올해는 8일까지 11회) 발생, 이런 현상은 계속될 전망" 이라고 내다봤다.

◇ 최악의 안개 상황〓안개는 대기중의 수증기가 한데 엉겨 시정(視程)이 1㎞ 미만으로 떨어지는 기상상태를 말한다.

안개 현상은 경기.강원지방에서는 지난 6일부터 사흘째 계속 됐다. 특히 8일 오전 8시쯤 경기도 양평, 강원도 철원.춘천 등 8곳의 시정거리가 10m 내외였다.

안개는 낮과 밤의 기온차가 10도 이상 벌어지는 극심한 일교차 때문에 발생한다. 해가 진 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지표면 부근의 차가워진 공기와 상층부의 따뜻한 대기가 서로 만나 수증기가 형성돼 나타나는 것이다.

◇ 인적.물적 손실〓8일 오전 7시45분쯤 경기도 평택시 서해안고속도로 상행선(인천기점 61㎞)에서 18중 추돌사고가 발생, 운전자 등 30여명의 사상자가 생기고 차량 4대가 불에 탔다.

경찰청에 따르면 안개로 인한 연간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93년 6백50건, 96년 6백6건, 98년 7백57건에 달하며 물적 피해도 해마다 수십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안개로 인한 교통사고 치사율(사망자수/발생건수)은 13.1%로 비오는 날(4.9%).눈 오는 날(4.4%)보다 높았다.

또 김포공항에서는 8일 오전 6시 샌프란시스코를 떠난 대한항공 여객기가 회항하는 ?국제선 여객기 22편이 회항했으며, 국내선 여객기 87편도 안개 때문에 운항이 3시간여 동안 취소됐다.

지난 6일부터 안개로 결항된 항공편만 모두 2백36편에 이른다. 안개로 인한 결항때 항공사측이 입는 기회손실 비용은 대당 5천만~1억원 정도로 추산되므로 8일 하룻동안 최소 30억원 이상의 피해가 났을 것으로 항공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 건강상 피해〓강원대 환경학과 김만구 교수는 "97년 춘천지역 안개 산성도(酸性度)를 측정한 결과 pH가 4.1로 강한 산성을 보였다" 며 "안개속 수증기 입자는 아황산가스 등 대기오염 물질이 녹아들어 있는데다 기관지 깊숙이 침투해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 산성비보다도 해롭다" 고 밝혔다.

또 안개 낀 날은 대기가 정체되는 현상을 보여 8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측정된 대기중 미세먼지 농도는 ㎥당 1백76㎍을 기록, 기준치(1백50㎍)를 초과했다.

◇ 안개 낀 날 행동수칙〓무엇보다 천식 등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안개 낀 도심에서 산책이나 운동을 삼가는 것이 좋다고 의사들은 권고한다.

또 도로에서는 비상등을 반드시 켜고 저속.감속운행해야 하며, 해상에서는 경적.사이렌을 계속 울려 주의를 환기시켜야 한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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