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 지도가 바뀐다] 36. 나는 이렇게 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98년 민변 창립 10주년을 맞아 기자.교수.시민단체 등을 대상으로 민변에 대한 단상(斷想)과 바라는 바에 대하여 설문조사를 하였다. 그 결과 두 가지 대립될 수도 있는 견해가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나는 민변이 법률전문가단체로서 연구와 조사활동, 전문가로서의 대안마련 등에 더 힘을 쏟아야 하며 과거 독재권력 하에서의 운동단체의 기능에 머물러서는 곤란하다는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민변이 과거와 달리 사회운동단체와 적극적인 연대활동을 벌이는데 소극적인 점에 대하여 비판하고 서운함을 표시하는 견해였다.

나는 이 두가지 견해가 현재 민변의 위상을 잘 나타내주고 있고 앞으로 민변이 나아갈 길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줄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하에서 양심수를 변론하던 인권변호사들이 변호사 업무의 개별적 성격을 극복하고 조직적으로 사회민주화운동의 연장선상에서 변호사운동을 접목시키고자 88년 민변을 창립하였다.

그동안 우리사회는 형식적 민주주의가 많이 진전하였고 폭압적 정치권력은 사라졌다. 따라서 민주주의의 쟁취, 정권타도투쟁이 사회운동의 중심이었던 시절에 비하여 자유권적 기본권은 많이 신장되었다.

그 대신 환경.노동.사회복지.경제정의.언론.시민의 정치참여 등 각 부문별 인권, 사회권적 기본권의 영역이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민변 활동의 중심도 '과거의 양심수 변론과 정치적 자유, 자유권적 기본권 확보를 위한 활동에서 한걸음 나아가 '각 부문의 기본적 인권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조사.대안마련.법률안 작성 등이 주요한 활동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9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하여 이러한 변화가 있었으며 앞으로도 그러한 경향은 더욱 진전될 것이다.

요즈음 민변의 가장 중심되는 화두는 공익소송이다. 인권은 '소수자(약자)의 권리' 를 확보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양심수.소비자.장애인.사회복지수혜자.언론피해자.환경피해자.노동자는 해당 부문의 소수자(약자)이다.

맹목적인 다수결의 원리가 지배하지 않는 사회, 소수자와 약자의 기본적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를 위하여 민변은 활동해 왔다.

그리고 이러한 민변의 활동에 대해 많은 젊은 변호사들이 공감하고 있다. 민변은 앞으로도 인권옹호와 신장을 위하여 더 많은 일들을 할 것으로 믿는다. 민변에 애정과 관심을 가져주길 부탁한다.

이인호 < '민변' 사무차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