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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을 확 바꿨더니 학생 성적·자부심 ‘빵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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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대전한빛고 유병헌 교장이 수학능력시험을 앞둔 3학년 학생들에게 마무리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대전시 중구 안영동 대전한빛고. 대둔산 자락 농촌마을에 있는 남녀공학 고교다.

16일 오전 이 학교 진입로에 들어서자 플래카드가 펄럭인다. ‘KAIST(1명) 최종 합격, 서울대, 연·고대 1차 합격(각각 1명)’. 유병헌(54) 교장은 “1989년 학교 설립 이후 KAIST 합격생이 처음 나왔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3학년 최문경군은 학교장 추천 전형으로 최근 KAIST 합격이 결정됐다. 최군은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는 실망했지만 지금은 학교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김설희(여)양은 수능 결과에 따라 서울대 인문사회계열 합격 여부가 결정된다. 김양이 합격하면 이 학교 출신으로는 서울대 합격 1호가 된다.

한빛고는 99년까지 ‘성복고’였다. 인문계나 실업계 학교에 탈락한 학생들이 입학하는 학교였다. 재단 비리 때문에 조용한 날이 없었다. 교사들은 편이 나뉘어 갈등을 빚었고 학부모들은 수시로 학교에 찾아와 항의했다.

학교가 달라진 것은 2000년 3월 홍사건(59) 이사장이 학교를 인수하면서부터다. 77년부터 94년까지 대기업에서 재직한 그는 취임 직후 교명을 한빛고로 바꿨다. 그리고 학교 리모델링에 나섰다.

부지 1만㎡를 구입해 체육관과 도서관을 지었다. 소나무·철쭉·목련·느티나무 등 3만여 그루의 꽃과 나무를 심었다. 운동장에는 천연잔디를 깔았다. 30억원의 사재를 내놓은 홍 이사장은 “공부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힘썼다”고 말했다.

우수 교사 영입에도 눈길을 돌려 10년 동안 30세 이하의 젊은 교사 20명을 채용했다. 현재 교사(42명)의 평균 연령은 36세, 절반이 석·박사 학위 소지자다. 상담교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는 교사에게 학비를 지원한 결과 9명의 교사가 자격증을 갖고 있다.

한빛고는 교육방식도 바꿨다. 이근영(국어담당) 교사는 “월~금요일 오후 4시20분부터 2시간 진행하는 방과후 교과프로그램은 상·중·하로 나눠 반을 편성하고, 오후 7시부터는 상위권 학생만을 대상으로 ‘100분 강의’를 하는 등 학생의 수준에 맞는 교육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빛고는 2007년 평준화 학교로 편입됐다. 중학교 졸업생 가운데 한빛고(전교생 546명)를 지원한 학생은 평준화 첫해 신입생 120명 중 14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해는 97명으로 늘었다.

  대전=김방현 기자 ,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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